신문사 후배가 지난 주 400여 달러의 공돈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재미삼아, 희망삼아 로토 티켓을 몇장씩 사곤 하는 데 그중 하나가 당첨이 되었다고 했다. 목돈 만질 기회 없는 봉급생활자들에게 로토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실현 가능성 희박한 소망들을 ‘로토만 당첨 되면 …’ 하며 털어내는 카타르시스 효과이다.
기대하던 ‘대박’은 아니지만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 살 돈이 생겼으니 그게 어디냐고 우리는 그를 축하해주었다.
가진 돈은 빠듯하고 돈 쓸 데는 많은 연말이 되자 주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로토 행운’을 기대하는 말들이 들린다. ‘로토만 당첨되면’ 가족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들 다 사주고, 고마웠던 분들에게 보답하고, 어려운 친지들에게 베풀고, 자선단체에 기부도 하고 … 소시민의 가난한 소망들을 나열한다.
수년 전 한 남성도 그 비슷한 소망을 말했었다. 그는 수도요금을 못 내서 수돗물이 끊길 정도로 가난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 수도요금을 내고 나머지 돈으로 피자를 사고 7달러어치 로토 티켓을 샀다. 그중 한 장이 상상도 못한 횡재를 몰고 왔다. 파워볼 잭팟에 당첨돼 세금 제하고 받은 돈이 자그마치 2,700만 달러였다.
2001년 8월 켄터키, 애쉬랜드에 살던 데이빗 리 에드워즈라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가 지난주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호스피스 병원에서 행려병자로 죽은 남성(58)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에드워즈였다. 2,700만 달러의 돈과 12년의 시간 후 그의 마지막은 비참했다. 돈이란 무엇인가, 횡재는 행운인가 저주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다.
그는 애초에 건실한 사람은 아니었다.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 했다. 그런 그가 떼돈을 손에 넣자 제정신이 아니었다. 돈을 물 쓰듯 하고 마약에 빠져 살다가 5년 만에 알거지가 되었다. 마약중독에 간염까지 걸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쓸쓸하게 죽어갔다.
사막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오아시스이다. 오아시스를 통해 물과 쉼을 얻음으로써 사막을 통과할 수가 있다. 고해 같고 사막 같은 우리의 삶도 ‘오아시스’가 있어 지탱이 가능하다. 의식주의 기본여건을 제공해주는 자원, 돈이다. ‘오아시스’는 사막을 땀 흘려 헤쳐 나가는 수고가 있고나서야 겨우 만나는 데, 혹시라도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오아시스가 갑자기 나타나면 그건 필시 신기루이다.
신기루에 정신이 혼미해지면 만신창이가 되어 사막 한가운데 내동댕이쳐지듯이 그 비슷한 일이 잭팟 당첨자들의 인생행로에 종종 일어난다. 로토 잭팟 당첨 확률은 1억7,600만 분의 1 정도. 그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들 중 몇 년 내에 빈털터리가 되는 사람이 70%라는 통계가 있다. 태산 같은 돈에 압도돼 혼을 잃은 결과이다.
에드워즈처럼 문제 있는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사람이 돈에 홀려 패가망신한 케이스로 잭 위테이커라는 인물이 꼽힌다. 2002년 크리스마스 날 파워볼 잭팟에 당첨된 그는 웨스트버지니아의 건설회사 사장으로 1,700만 달러의 재산을 가진 백만장자였다. 세금 제하고 9,300만 달러를 받자 그는 재단을 만들어 자선단체와 교회 등에 수천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돈 많은 것이 그에게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은 문제들을 불러왔다. 천만 단위와 억 단위는 차원이 다른 돈이었다. 모든 인간관계들이 틀어져 더 이상 친구도 친지도 없었다. 모두가 그를 노다지로 보며 이용하려 들고 돈을 노린 소송이 수백건씩 줄을 이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돈은 무엇보다 그를 망가트렸다. 착실한 사업가였던 그는 스트립 바 드나드는 술주정뱅이 도박꾼으로 전락했다. 그의 소유물이던 돈이 어느 시점부터 그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돈이 이끄는 대로 끌려 다니다가 그는 길을 잃고 말았다.
몇 년 후 인터뷰에서 그는 “그날 당첨 티켓을 찢어버렸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로토 당첨 대가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아내와 딸과 손녀이다. 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유일한 상속자였던 손녀는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17살에 사망했다. 비극이 꼬리를 물면서 암으로 투병 중이던 딸도 세상을 떠났다. 로토라는 신기루의 저주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우리 대부분은 호화로운 선물을 나눌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건강하고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로토 복’ 있었다면 누리지 못 했을 축복일 수도 있다. 수고해서 번 돈 쪼개고 쪼개서 장만한 선물이 아름답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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