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 종업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는 더 이상 생활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주장은 다르다. 각 업소는 본사가 직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소유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업주들은 수입의 일부를 본사와 나눠 먹어야 하는데다가 본사가 요구하는 시설 변경이나 경비 분담이 많아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문을 닫거나 더 이상의 종업원 고용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런 최저임금 논쟁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방 최저임금의 10달러10센트로의 인상 발언이 나오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실이다. 미국의 많은 프랜차이즈 식당들의 수익률이 연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미국에서 가장 대접을 잘해 주는 패스트푸드점은 서부에 있는 ‘인 앤 아웃 버거’다.
이 곳 종업원의 임금은 시간당 15달러 이상이고 매니저의 연봉이 10만달러 이상을 받는다. 또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건강보험 등 제반 베니핏으로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종업원들은 시간당 15달러 보장을 외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낮은 최저임금 경기회복 발목 잡아”
미국은 불경기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대부분의 개인 산업 부분에서 임금삭감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방 정부는 이미 4년 전 불경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선언했지만 체감 경기를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평균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 비율을 따라잡기도 벅차다.
월스트릿 저널의 인터넷 칼럼 버전인 마켓 플레이스는 최근 기사에서 많은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예전보다 훨씬 향상돼 고용주의 이익은 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근로자들의 임금은 인플레이션 비율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켓 플레이스는 결국 이같은 미미한 인금인상이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2009년 6월 이래 주당 실질임금은 연평균 0.3% 올라간 반면 실질 생산성은 연 1.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얻은 기업의 수익은 대부분 경영진 등 고용주의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주당 실질임금의 중간 값은 오히려 매달 0.8%씩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낮은 임금 신장률은 결국 소비자들의 소비력 향상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부분 가정은 2000년대와는 달리 아직도 카드 사용 등 부채를 꺼려하고 있다. 이는 경기의 원동력이 돼야 하는 물건 구입이나 외식 등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진다.
만약 이들 상품이나 외식 등의 서비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 업주들은 더 이상 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을 뿐더러 장비나 건물 투자도 꺼리게 되는 연쇄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는 소비자 지출에 의존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 성장세가 마치 저속 기어로 느리게 달리는 완행열차와 같다고 마켓 플레이스는 분석했다. 소비지출 성장세가 2% 미만이면 국내 생산 역시 2%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돼 있다.
미국의 임금 정체현상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대공황과 그 이후의 혼란 속에 빠르게 성장하던 임금은 1970년대부터 정체 현상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 수익은 지난 60년 동안 기록적으로 성장한 반면 근로자 임금은 최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재의 임금 중간 값은 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하면 1979년 수준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임금동결 현상은 기술의 변화, 국가 간 저임금 경쟁, 노조 약화로 인한 협상력 저하 등 몇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고실업률로 인한 구직경쟁의 심화 때문이다.
최근 실업률 하락이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더 이상 하락세는 면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주 전 공개 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득세하는 연방 하원은 연방 최저임금을 제정할 것 같지는 않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주정부와 시정부는 자체적으로 실질생활 임금 수준으로의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해 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최근 저임금은 윤리적이 못된다고 일갈할 정도로 최근 저임금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는 생활 임금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임금 인상은 고용 감소 역효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일부 상원의원들은 연방 최저임금을 향후 2년에 걸쳐 시간당 10달러10센트로 인상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해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는 이같은 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산성 성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파격적인 것이며 이로 인해 고용주의 고용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거시경제적 시장모델로 본다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연간 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국내총생산(GDP) 역시 연간 400억달러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정치권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역대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했다. 1950년 이래 연방 최저임금 평균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해 2013년 현재 통용화폐로 6달러62센트이며 1968년에는 8달러28센트였다는 것이다. 현재의 최저 임금은 7달러25센트다.
미국 보수성향의 싱크탱커인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연방 의회는 최저 임금을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올리려 한다면서 이는 가뜩이나 경기 성장이 약한 시기에 비숙련 종업원 고용비용을 심각한 수준으로 올려 놓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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