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순 두 황제 아래서의 태평성세로 백성이 평화로운 가운데 배부르고 등이 따스웠다는 것은 중국 전설속의 이상향일 뿐 왕정은 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국민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역사였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더 바람직한 제도로 등장한지도 몇 백 년 되었고 현재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심지어는 수령 3대 세습이라는 요지경 속의 북한마저 명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그러나 인간의 제도치고 완전무결한 것은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보장한다기보다는 그에 이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보면 된다. 적어도 왕정은 사악한 군주라도 혁명이 나기 전에는 죽을 때까지 집권하여 시민들이 염증을 사게 되는데 비해 민주주의는 선거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의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선거의 결과로 입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자격을 갖춘 사람이 반드시 뽑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선량(善良)이 아니라 선악(選惡)이 되는 수도 있다.
캐나다의 제일 큰 도시인 토론토시 시장의 경우가 그러하다. 3년 전에 토론토의 시장으로 당선된 롭 포드(44)는 한마디로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인물이라는 게 최근 TV와 신문보도를 본 결론이다. 2010년 토론토 시장 선거에는 보수당, 자유당 등 주요 정당들 후보만이 아니라 무려 40명이 후보로 등록했었는데 보수당 계의 포드가 38만4천표로, 민주당 후보 조지 스미더맨의 29만 표보다 9만 표가 넘는 압승을 했다.
포드는 중소기업 비즈니스맨으로 토론토 시의원을 10년간 하다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니까 한동안은 시민들 간의 인기와 지지가 대단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약 31세 때부터 시의원 생활을 했던 탓으로 생겼을 법한 안하무인격의 오만함 때문인지 폭음 등의 무절제한 생활에 더해 크랙 코케인 같은 마약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던 모양이다.
금년 5월경 캐나다의 언론들은 포드가 마약을 흡인하면서 동성애 혐오성의 발언과 아시아인들의 비하성 발언을 하는 비디오를 보았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극구부인으로 일관해 오다가 경찰에서 그 비디오를 입수하자 뒤늦게 자기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었을 때 코케인을 사용했다고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시청 부근의 담벼락이 낙서판이 되어 “당장 사직하라”는 구호가 여기저기 적혀 있는데 더해 자신의 형을 포함한 시의원들이 “포드는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못되니까 사직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포드는 시의회 회의장에서 온갖 욕지거리를 섞어가면서 자기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이라는 어거지를 써서 TV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포드가 자진 사직하기 전에는 쫓아낼 법규가 없기 때문에 시의원들은 포드의 시장 권한을 다 빼앗아 ‘환관시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포드는 할머니쯤 나이의 시의원에게 달려들어 그를 쓰러뜨리는 만용을 부리기조차 서슴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경험이 240년이 넘는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의 일탈이 가끔 뉴스거리가 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화 민주 양당 사이의 극심한 파쟁으로 정국이 교착 상태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현재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미국 경제의 6분의1에 영향을 끼치는 건보개혁법 시행을 둘러싼 양당의 불통은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 오바마가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유권자들이 37%에 불과하고 48%만이 그가 신뢰할만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최근의 여론 조사가 한 예이다. 연방의회에 대한 지지도는 9%에 불과하다.
오바마케어가 공화당 의원들의 표가 하나도 없이 통과된 데 대한 반발로 티파티 운동이 전개되어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된 2010년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국 경색은 더욱 심각해져 왔다. 예를 들면 상원에서 공화당의원들도 일부 가세해서 통과된 이민 개정법이 하원에서는 아직도 토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란과 핵개발문제 해결시도를 6개월동안 하면서 장기적 관계 개선을 모색해 본다는 합의 내용을 오바마가 발표하기도 전에 공화당 쪽에서는 무조건 반대 일색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판국에 연방 예산과 연방 부채 한도액에 대한 결정이 한두 달 내에 닥쳐오는데 어찌 해결될지 우려하는 논객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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