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형은 유럽, 치과는 멕시코서
▶ 미국 내 의료비 폭등에 작년 100만명 ‘해외치료’, 수술 후 관리·의료사고 등 사전대비 철저해야
의료관광은 한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의료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요즘 외국으로 의료 관광을 떠나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유명인들의 단순한 유럽 여행이 아니다. 요즘은 멕시코로 치과의료 여행도 떠난다.
의료관광 전문 정보지인 ‘페이션츠 비욘드 보더스’(Patients Beyond Borders·국경 없는 환자)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인 90만~100만명이 외국으로 의료관광을 떠났으며 이는 2006년 15만여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산업 규모면에서도 무려 100달러에 육박한다. 이들 중 45~50%는 멕시코나 코스타리카로 치과관광을 떠나고 있다. 이들 의료관광으로 미국인 환자가 절약하는 비용은 25~90%까지 치료과정이나 지역에 따라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입 전체에 새 치아를 이식하는 비용이 6만달러라면 코스타리카에서는 동일한 시술에 1만7,000달러가 들어간다고 ‘조셉 우드만’ 정보지 발행인이 밝혔다. 특히 해외 의료관광을 떠나는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하지만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퇴화가 가장 많이 진행되는 치과나 정형외과 같은 수술을 많이 받게 된다. 또 이들의 상당수는 보험이 없거나 있어도 커버가 약한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메디케어 역시 정기 치과검진 치료는 커버해 주지 않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특히 치과관광이 유행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의 아폴로 병원(Apollo Hospital)은 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해외 의료시설 중 한 곳이다.
내년부터 오바마케어가 본격 실시되면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회사들은 가입자가 병력이 있다고 해서 보험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더 받지 못한다. 가난한 무보험자들과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희소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부담금을 많이 내야 하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외국 의료관광이 아직도 매우 좋은 옵션이 된다. 더군다나 대부분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되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의료관광으로 가는 외국 병원은 즉시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말 훌륭한 의료시설이 외국에 상당히 많지만 의사들은 진료보다는 부유한 환자들을 이끄는데만 관심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남미와 캐리비안에서의 의료비 정산을 담당하는 ‘인터내셔널 트리에이지’의 샤이 골드 공동 대표는 “어떤 병원은 환자가 그저 돈줄 정도로만 여기고 있고 특히 북미 환자들은 좀 더 큰 돈줄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떤 미국 회사들은 외국에서도 진료가 가능한 의료보험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은 외국 진료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 의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을 위한 옵션이 다양해 환자들조차 선택하기 힘들다.
현재 미국에는 외국 병원과 미국 환자를 연결해 주는 중재자 또는 의료관광 업자들이 많다. 어떤 경우는 연결만 시켜주고 또는 여행 스케줄과 치료 등까지 모두 도와주기도 한다.
아주 작은 회사도 있고 보스턴에 있는 ‘헬스글로브’(HealthGlobe)와 같은 큰 규모도 있다.
많은 중재자들이 건당 커미션을 받고 있는데 어떤 경우는 돈을 더 많이 주는 의사에게로 환자를 연결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국제 의료관광 상공회의소’의 크리스티나 드모래이스 소장이 밝혔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해외 의료관광 때 고려해야 한 점이다.
▲현실에 맞는 계획을 세운다
국제 의료관광을 생각한다면 우선 미국에 있는 믿을 만한 의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라. 외국 병원과 이야기 할 때 기본 치료계획에 대해 비교 지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의료관광 전문업체인 ‘Traveling4Health.com’의 아일린 리틀 CEO는 종종 외국으로 가는 환자들은 짧은 여행기간에 모든 것을 하려고 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안전보다는 진료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많다면서 “하나 사면 하나 공짜와 같은 신발 세일 같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사들도 비즈니스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비현실적 요구에 ‘노’를 하지 못한다”면서 “예를 들어 치과 임플란트를 하는데 환자는 새 치아를 설치하기 전에 필요한 치유기간이 필요한 데도 이런 시간 없이 무리하게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등의 비현실적 요구를 말한다”고 밝혔다.
또 가격 절약에 대한 현실성도 따져 봐야 한다. 만일 오하이오에서 치과 브리지를 4,000달러에 해야 한다고 가정하고 파나마까지 가서 치료한다면 숙박료, 비행기표 등 여행경비까지 소요되므로 가격 차이가 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의 치료가격은 상당히 싸다. 위장 접합술의 경우 9,300달러면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3만5,000~5만2,000달러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수술은 비만환자를 위한 것인데 인도까지 가려면 일등석 정도는 타야지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경비를 따지면 크게 절약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룰은 미국에서의 치료비가 6,000달러 이상이라면 외국에서 치료하는 것이 경비까지 합쳐도 절약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조사를 해라
‘조인트 커미션 인터내셔널’(Joint CommissionInternational·JCI)은 세계 병원의 등급을 정해주는 인증 조직이다. JCI의 인증을 받은 시설들은 미국 내 병원에서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의료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이 인증이 없다고 평균 이하의 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유용한 지표로 사용될 수는 있다. 아주 작은 병원들은 인증에 필요한 경비를 쓰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경 없는 의사’는 해외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물어야 하는 질문 리스트와 함께 세계 곳곳의 JCI-인증 병원의 연락처 등 의료관광에 대한 가이드북을 출판하고 있다. 이런 질문 중에는 “수술은 누가 집도할 것인가” 등도 있다. 집도의에 대한 정보도 없이 외국에서 수술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법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한다
적지 않은 나라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이 불가능하거나 승산이 없을 수 있다. 파나마의 골드 대표는 “중남미 국가에서는 의료과실이라는 단어가 없어 아무도 의료사고의 책임을 물어 의사를 소송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잘못될 경우의 황당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병원의 수술 성공률, 완치율, 인증 점수, 집도의의 실력 정도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런 질문을 의료관광 주선업체에 철저히 물어보고 집도의에게도 직접 연락해 묻는 것이 좋다.
만일 병원에서 이런 질문을 회피하거나 접촉을 꺼려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좋다. 의사에 관한 질문은 환자의 권리다.
▲요양치료를 생각한다
의사만 알아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의사를 결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외국에 짧게 머무는 동안 의사의 직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감염 같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요양치료를 잘 해주는 지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한다.
요양치료는 수술을 받고 귀국한 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미국에 있는 의사를 방문해 경과를 점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외국에서 어떤 수술을 받았고 어떤 치료를 했는지에 대한 서류를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병원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도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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