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월이 흘러감은 막을 수 없다. 2013년이 시작된다고 하여 다들 새 기분 새 모습으로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도 막바지다. 한 달만 지나면 새해, 2014년이 된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이란, 세월이란 정말 무엇일까? 시간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인생들.
뗄 수 없는 관계가 시간과 인생이다. ‘으앙’하고 태어난 그 시각. 때깍 때깍 인생의 초침이 시작된 그 시각, 생(生)의 시작이다. 시작된 생은 보이지 않는, 시간이란 존재를 갉아먹으며 살아가게 된다. 그 시간 속에서 인생은 희로애락(喜怒愛樂)을 느끼며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 영원한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얼마 전 TV를 보니 시간을 거꾸로 해놓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모든 시계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초침이 돌아간다. 시계방을 운영하는 이 사람은 시계의 부품을 뜯어 그렇게 만든다. 그는 암으로 고생하여 수술은 받았으나 대변을 배로 받아내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도 운동도 하고 오토바이도 타는 등 열심히 산다.
그가 시계를 반대방향으로 만들어 쓰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역으로 돌려 젊게 살자는 게 가장 큰 이유란다.
시계만 거꾸로 가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도 거꾸로 가게 만들며 살아간다. 그는 친구들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시간이 흐르는 데로 인생을 맡기지 말고 시간을 거슬러 젊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젊음의 전도사다.
1985년, 마이클J.폭스 주연의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란 영화가 상영됐다. 내용은 발명가 브라운박사가 스포츠카를 개조해 타임머신을 만든다. 주인공 마티(J.폭스)는 우여곡절 끝에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 어머니가 고교생 때, 둘이 서로 좋아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소극적이다.
어머니는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미래의 아들 마티를 더 좋아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만나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마티는 부모의 만남을 돕고 아버지에게 용기를 주어 두 사람의 사랑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온다.
사람에겐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게 하는 무엇이 있다. 추억이다. 추억이란 기억속의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며 타임머신을 안타고도 가능하다. 그런데 좋은 기억은 그리움으로 추억이 되어 가슴을 뭉클하게 하지만 나쁜 기억은 악몽이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생각하는 추억만큼 사람을 그리움으로 빠지게 하는 것도 드물다.
1999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타임머신같은 영화 한 편이 선보였다. 이창동감독이 만들고 설경구가 주연한 ‘박하사탕’이다. 설경구를 한국의 1급 배우대열에 올려놓은 이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만든 영화다. 달려오는 열차에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설경구.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점점 과거로 되돌아가며 전개된다.
시간에 있어 물리학적 개념은 절대(Never) 거꾸로 흐르지 못한다. 열역학제2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엔트로피(무질서)가 증가하게 되면 시공간의 에너지분포가 증가되며 커지는 쪽이 자동에 의해 직선(直線)으로 흘러가는 미래가 된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칼 융의 동시성이론 등에 따르면 시간 개념도 달라진다.
시간이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개념으로 바뀌면 한 순간도 영원이요 영원도 한 순간인 철학적 개념이 된다. 철학·종교적 시간은 곡선(曲線)이다. 곡선은 회귀(回歸)한다. 원(0)은 끝이 없다. 한 점에서 시작되면 다시 그 점으로 돌아온다. 전생·내생·현생의 종교적 의미의 생은 곡선, 즉 마음의 시간속안에 있다. 다시 돌아 온다.
직선의 시간은 거꾸로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종교·철학·마음의 시간은 돌고 돈다. 역사의 시간도 마찬가지로 돈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과거는 추억 속에 있다. 초침을 거꾸로 가게 하는 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의 자신을 젊게 사는 거다. 분리될 수 없는 시간과 인생이다. 희로애락 속에 오늘도 시간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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