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약 가진 것에 비례해 만족감을 느낀다면, 창조주가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다면, 우리 모두는 항의시위라도 벌여야 할 것이다. 못 가진 것도 서러운데 마음의 기쁨까지 부자들 독차지라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삶의 조건이 어떠하든 만족감 혹은 행복은 온전히 개개인의 마음의 문제로 남겨두었으니 창조주는 공평하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부자 빌 게이츠의 재산을 보자.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그의 재산이 729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 돈을 1달러짜리로 바꿔 이어놓으면 지구와 달 사이를 열 몇번 오고갈만하다고 하니 상상이 안 되는 액수이다. 간단히 말해 에콰도르의 국내총생산과 비슷하고, 케냐 정도의 나라를 두 개쯤 살만한 돈이라고 한다.
가진 것에 비례해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는 진즉에 심장이 터져버렸을 것이다. 케냐 인구의 두배, 약 9,000만명이 느낄 만족감을 하나의 심장으로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소유와 만족은 별개의 문제여서 많이 갖고도 더 갖고 싶어 불만이기도 하고, 적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기도 하니 모든 것은 마음 하기 나름이다. 감사의 마음이다.
추수감사절 주간으로 들어서면서 ‘감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전히 어려운 비즈니스, 매달 곡예 하듯 넘어가는 빠듯한 살림살이, 실직한 가장에 일자리 못 찾는 성인자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건강문제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 주변을 돌아보면 감사를 생각하기에 너무 고달픈 삶들이 많다. 이렇게 힘겨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라는 건 잔인하다 싶은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그 척박한 조건들을 이겨내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감사라는 게 우리 삶의 아이러니이다.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는 1990년대 중반 말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치면서 전신마비로 말년을 보냈다. 완벽한 신체조건의 상징이었던 그가 목 이하를 전혀 쓸 수 없는 장애인이 되자 본인은 물론 팬들도 엄청난 충격에 빠졌었다. 그 자신 한동안 깊은 절망감과 우울증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그가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은 것은 ‘나는 운이 좋다’는 깨달음 덕분이었다. 잃은 것에 쏠려 있던 눈을 돌려 가진 것을 보게 된 것이다. 헌신적인 아내와 아이들이 곁에 있다는 것, 급속도로 발달하는 현대의학 그리고 뇌를 다치지 않아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것 - 모두가 축복이라며 그는 감사했다. 2004년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까지 그는 척추부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연구를 확대하자는 운동을 전개하며 또 다른 의미에서 ‘수퍼맨’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어려운 조건에서 삶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돌아보고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뭔가를 잃고 나면 대신 얻어지는 것이 있다. 이제껏 당연시 했던 것들 그래서 전혀 감사하지 않던 것들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대리석 같이 단단하던 오만의 벽이 깨어지면서 그 틈새로 감사의 샘이 솟아난다.
‘감사’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세계적 권위자로 UC 데이비스의 로버트 이몬스 박사가 꼽힌다. 90년대 후반부터 감사가 심신의 건강과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그의 설명을 들으면 우리 삶에 감사만한 만병통치약이 없다. 감사하는 생활의 첫 단계로 그는 감사 일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의 상쾌한 공기부터 친구가 전해준 책 한권 등 ‘아, 감사하다’ 느껴지는 것들을 적는 것이다. 무심코 넘기던 것들에 의식적으로 감사를 하다 보면 감사가 몸에 배면서 삶이 바뀐다고 그는 말한다. 겸허한 자세와 긍정적 시각의 효과이다.
구체적으로 면역시스템이 강화돼 아플 일이 줄어들고 마음이 평안해지며 낙천적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져서 대인관계가 좋아진다는 등이다. 마음 하나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이치이다.
1621년 청교도들이 미국 땅에서 드린 첫 추수감사 예배도 감사할 조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메이플라워에 함께 올랐던 102명 중 거의 절반을 잃을 정도로 미국 땅에서의 첫해는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많은 것을 잃어 더욱 감격스런 한줌의 수확에 감사한 것이 추수감사절의 유래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살아내라고 신이 내린 선물 - 감사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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