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Even a monkey falls from the tree).” 속담 중의 하나로 자기 자신을 너무 과신(過信)하지 말란 뜻이다. 자신을 믿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을 너무 믿어 오만과 자만이 되면 안 된다. 태어날 때부터 나무에서 살아가는 원숭이가 왜 나무에서 떨어지겠나. 믿음이 오만으로 바뀐 때문이다.
<장자> ‘잡편’중 서무귀(徐无鬼)편에 나온다. 하루는 오왕(吳王)이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산으로 올라갔다. 원숭이들은 그를 보자 모두 도망쳤다. 그런데 유독 한 원숭이만 도망가지 않고 나무를 오르내리면서 재주를 부렸다. 왕이 그에게 화살을 쏘자 그는 재빨리 잡았다. 왕은 시종에게 계속 화살을 쏘게 했다.
결과는? 원숭이는 화살을 손에 쥔 채 죽었다. 오왕이 그와 함께 있던 친구인 안불의(顔不疑)를 돌아보며 말한다. “이 원숭이는 그 재주를 자랑하며 민첩함을 믿고 오만하게 굴다가 이렇게 죽었소. 이것을 교훈삼아 당신도 교만한 얼굴빛으로 남에게 오만하게 굴지 마시오!” 안불의는 이 말을 따랐고 3년 후 모두에게 칭찬받는 사람이 되었단다.
11월16일. 한국에선 LG전자 소속의 헬기가 고층 아파트에 충돌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주민들은 다치지 않았다. 사고의 정확한 이유는 조사 중에 있다. 의아한 점은, 기장 박인규씨(58)는 비행시간 7,0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조종사인데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냐에 모두 궁금증을 갖고 있다.
이 사고로 기장과 부기장은 헬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했다. 박인규기장은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대통령 전용기만 15년 동안 조정했던 사람이다. 그가 조정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하나, 모를 일이다. 이렇듯, 과신이란 금물이다. 한국 최고의 조종사가 실수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누가 믿겠는가.
2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기자가 기사에서 이름을 바꾸어 썼다면, 믿겠는가? 기자가 기사를 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의 성명이 들어가는 기사와 통계수치 등이다. 성명이 바뀌어 기사화 됐을 때 그 이름의 본인은 물론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기자들은 기사작성 후 교정을 보고 또 본다.
여러 번 교정을 봐도 어떤 경우엔 오자(誤字)와 실수가 그대로 남는다. 실수는 고의성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과신해 일어날 수 있는 오만의 결과일 수 있다. 이럴 때, 신문은 잘못된 기사에 대해 정정기사를 내 보낸다. 기자의 실수를 인정하고 정정해 다시 내 보내는 ‘바로 잡습니다’가 그에 해당되며 사과의 표현이다.
자기 과신과 오만의 반대는 겸손이다. 아무리 자신의 실력이 난다 긴다 하며 높다 하여도 사람은 겸손하여 자신을 끝까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중세기 신학자인 아우구스틴에게 하루는 제자가 질문했다. “스승님은 무엇을 인생의 가장 큰 덕목으로 보십니까?” 아우구스틴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이라 말했다.
겸손은 노자의 철학 중 핵심의 하나인 부드러움과 상통한다. 부드러움은 자기 자신을 과신하지 않는 거다. 노자의 <도덕경> ‘계강(戒强)유약(柔弱)’편에 “유연한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참다운 생명력이요 경직한 것은 현실적으로 보기에는 굳건하고 확실한 것 같으나 장차에는 쇠퇴하여 죽어가는 것”이란 말이 있다.
또 같은 편에 ‘목강즉병(木强則兵)유약처상(柔弱處上)’이란 말이 있다. “나무가 강하여 억세면 결국 잘리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위치하는데 곧 나뭇가지나 잎은 항상 위에 있다”란 의미다. 원숭이, 오왕(吳王)의 화살은 잡아챘으나 시종의 화살에 죽었다. 베테랑 조종사. 몰던 헬기가 대낮, 빌딩에 충돌하여 낙사(落死)했다.
20년 된 기자도 기사를 잘못 쓸 때가 있다. 자만의 결과다. 오만의 반대는 겸손, 아우구스틴은 인생덕목의 최고 가치를 겸손이라 했다. 자기 과신(過信)은 겸손과 나란히 서거나 함께 갈 수 없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오만의 극치다. 자신을 낮추고 계속 돌아보며 점검하는 자가 정말 강자다. 과신은 금물(禁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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