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나비효과, 카오스의 이론이라고 했던가. 세계화 시대다. 디지털시대다. 때문인지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 파장을 몰고 오는 요즈음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그렇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키프로스 같은 유럽의 변두리에서 전해진 뱃 뉴스(bad news)로 국제증시가 곤두박질을 친다. 한 지역에서의 문제는 거기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이웃지역으로 전염되고 때로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다시 말해 한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은 어디일까. 애틀랜틱지가 얼마 전 던진 질문이다. 아시아를 바로 그 지역으로 지목했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도 상당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아프리카의 재앙은 그러나 유럽까지만 영향을 준다. 그런 면에서 제한적이다. 아시아 발(發) 재앙은 그 규모나, 파장에 있어 비교가 안 된다. 때문에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지적이다.
오늘날 인류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이 잡지는 다섯 가지를 꼽았다. 기후변화, 핵 확산,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성 괴질 발생, 세계적 경제위기, 그리고 국가 간의 대대적인 전쟁발생 등. 이 다섯 가지 재앙 모두를 불러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바로 아시아를 지적한 것이다.
국가와 국가, 그것도 세계 최강국끼리 전쟁을 벌인다. 그 불길한 예감이 가장 짙은 곳도 아시아란 거다. 전쟁이 좀처럼 그치지 않는 곳이 중동지역이다. 그 중동에서도 강대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은 구시대의 개념이 된 지 오래다.
‘유일하다시피 그 가능성이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아시아다-. 애틀랜타지의 지적뿐이 아니다. “21세기에 세계적 규모의 대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가장 유력지는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다.” 이미 90년대부터 나온 전망이다.
1972년 미국과 중국은 극적인 핑퐁외교를 통해 화해시대를 연다. 이후 아시아지역은 세력균형 가운데 소강국면을 유지해왔다. 그 균형이 위태로워지면서 동북아정세는 급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여 질 정도다.
무엇이 급격한 변화를 몰아왔나. 북한의 핵개발, 일본의 재무장 등도 분명 한 요인이다. 그 근본적인 요인은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서 찾아진다.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그 중국이 군사대국이 되면서 평화굴기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상대를 거칠게 압박하는 ‘돌돌핍인’의 새로운 전략 프레임을 도입, 군사, 외교 양면에서 도전을 해오면서다.
거기에 또 하나가 있다. 동아시아지역을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다. 특히 중국에서 국가 이데올로기화 한 ‘굴절된 중화민족주의’는 동북아 전체에 불길한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의 하나가 얼마 전 일부가 공개된 중국국방대학(NDU)제작의 한 영상물이다. 그러니까, 서방의 모든 것, 미국의 싱크 탱크에서 풀브라이트 장학금, 전자음악, 고가의 명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중국사회를 세뇌시켜 내부로부터 붕괴토록 하는 장치라는 주장을 이 영상물은 담고 있는 것이다.
소련붕괴를 해석하는 시각도 괴이하다. 소련이 붕괴됨으로써 동서냉전이 끝났다는 통념을 거꾸로 해석한다. 냉전종식이 오히려 소련의 붕괴를 몰고 왔다는 거다. 냉전, 폐쇄된 압제 시스템, 병영화한 편집광적인 체제가 소련제국 생존의 중요 요소로 서방과의 접촉결과 소련체제를 받치고 있던 이런 요소들이 부식되면서 소련제국이 무너졌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의 소프트전략은 미국의 군사력보다 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것. 때문에 소련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이 전체 사회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주장이 왜 위험한가. 홍콩, 대만을 서방음모론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체제유지를 위해 대만을 무력 점령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일부 극단세력의 주장이 혹시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대대적인 개혁이 기대됐던 중국 공산당 18기 3전대회가 끝난 현재 그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 개최장소조차 비밀에 붙여졌다. 불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대회였다. 그리고 민주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간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보낸 대회란 평가가 나와서다.
공해로 얼룩진 베이징 중난하이. 거기서 일고 있는 퇴행성 변화. 그 변화의 날개 짓은 작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국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전쟁의 먹구름인가. 아니면….
정작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런데 갑갑하기만 하다.
동아시아의 안보형세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지나치게 명분에만 매달려 있다. 그 가운데 정책 담당자들은 모두 원칙만 고집하는 대통령의 ‘말씀’만 복창하는 데 급급한 인상이라고 했나. 그런 말이 들려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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