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라는 상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상품종류가 사뭇 다양하지만 주 상품 라인 3개는 ‘흡연의 유해성’에 대한 의심 상품,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에 대한 의심 상품 그리고 신상품으로는 ‘국가 디폴트의 심각성’에 대한 의심상품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oo 의심 가게’라고 간판을 내걸고 있지 않기에 그 가게로 찾아 갈 수는 없지만 제조회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제조 공장들을 찾아보면 모두 공장이라고 하는 이름은 없고 ‘oo 인스티튜트’ ‘oo 연구소’ 같은 이름이다.
그리고 그 자본주들이 모두 담배회사와 화석연료회사 또 사우디의 석유회사가 주이다. 필립 모리스, 레이놀드 같은 담배회사들과 화석연료계의 거물 찰스와 데이빗 코크 형제의 회사들, 엑슨 모빌, BP 등 석유 재벌들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화석연료 회사를 소유한 코크 형제가 설립한 CATO 인스티튜트와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조지 마샬 인스티튜트, 리즌 인스티튜트, 머케터스 헤리티지, 기후변화 비정부 국제 패널(NIPCC)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관들은 주로 반 과학정서를 조장하는 엉터리 논문들을 자신들이 만든 언론사를 통하거나 미디어에 흘린다.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아 언론의 이슈가 되게 하고 계속 같은 문제를 제기해서 시간을 끄는 것이 마케팅의 강력한 기저 전략이다.
많은 예가 있지만 최근의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예만 하나 들어본다. “99%의 자신감으로 기후변화는 인류가 초래한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요점인 지난 9월의 IPCC의 5차 보고서의 내용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하트랜드 인스티튜트의 짐 레이크리는 각종 미디어의 블로그를 통하여 “우리는 일반 대중과 과학계와 미디어에게 조만간 발표될 IPCC 5차 보고서가 정확한 판단을 위한 모든 정보가 구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이 기관은 지속적으로 반 과학운동을 주도해 왔고 작년에는 한 빌보드 광고로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을 ‘유너버머’와 비교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2월에 발표된 UC 샌프란시스코 의대 금연교육센터의 교수 3명이 쓴 논문은 담배의 유해성을 의심하는 상품들을 쏟아낸 의심 제조공장들과 티파티 운동이 같은 맥락임을 보고했다. 이들의 방법은 풀뿌리 운동을 가장하는 아스트로터핑(austroturfing)이라고 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이는 austro와 turf의 합성어로 경기장 같은 데에 사용하는 천연잔디같이 보이는 인조잔디를 말한다. 이 방법은 담배회사들이 1980년대부터 사용해 온 것으로 최근의 티파티 조직에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필립모리스와 레이놀드 담배 회사가 재정지원을 한 ‘건전한 경제를 위한 시민(CSE)’ 단체와 ‘미국의 번영을 위한 시민(AFP)’을 통하여 아스트로터핑 방법으로 풀뿌리 운동인 척하며 ‘흡연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들은 금연에 관한 각종 정부 규제를 반대해 왔다. CSE라는 단체는 코크 형제가 설립했고 후에 AFP와 FW(FreedomWorks)로 변형하여 티파티 운동을 일으키기 위한 훈련과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을 주관했음을 밝혔다.
세계화로 인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자들은 다국적기업이다. 이들의 재정규모는 웬만한 나라의 재정규모보다 훨씬 더 크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탁되어 재력이 곧 권력이 되면서 극히 작은 소수가 국가의 부를 80% 이상 차지하고 나머지를 그들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경제구조를 야기 시켜왔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하나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투표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신성한 권리를 바로 사용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있다.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정한 정치인이 뽑히게 하기 위하여 막대한 돈으로 미디어에 파고드는 모든 광고에서 의심상품을 식별해 내는 능력이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를 가진다면 바른 지도자의 선택도 가능해진다. 이 능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 생태계의 사활이 우리 세대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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