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넘치면 좋지 않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느니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계영배(戒盈杯: 70%만 차면 자동적으로 술이 빠지게 만든 잔)는 잘 알려진 과음하지 말라는 의미의 술잔이다. 절주배라고도 불린다. 절주배란 술을 절제해 마시란 뜻. 그렇지 못하면 실수하게 되고 패가망신이 올 수도 있음이란 뜻이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며 또 많은 파티들이 있을 텐데 미리 작심을 해 계영배, 절주배로 자신의 처신을 삼아야 하겠다. 과음하여 실수라도 하면 일생일대 가장 험악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그렇다. 험악한 정도면 괜찮다. 자신을 포함해 타인의 목숨까지도 담보해야 할 처지의 극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과음운전 절대 노(NO)다.
세계 고등종교중의 하나인 불교는 창시자가 석가모니다. 그의 가장 으뜸 되는 가르침중 하나는 중도(中道)다. 어느 것 하나에도 너무 치우치지 말고 중(中), 즉 가운데를 지켜 옳고 바르게 살아가라는 의미다. 이 가르침 중 깊은 뜻 하나엔 선악(善惡)도 가르질 않는다. 경우에 따라 선이 악이, 악이 선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중도의 불교는 타 종교에 비해 배타적이지 않다. 중도는 수용과 관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교로 인해 전쟁이 벌어진 예는 드물다. 허나 다른 종교들은 그 종교 자체를 유지, 계승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 손엔 칼을 또 한 손엔 코란이란 표어를 걸고 있는 종교도 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중도의 뜻과 상통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처세로 내놓은 것중 하나가 적당하게 살라고 하는 것인데 불가근불가원의 의미와 비슷하다. 그런데 어떻게 선을 그어 살아야 적당하게 사는 걸까. 계영배와 중도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수십 년간의 목회를 아름답게 마치는 목회자들이 하는 충고의 말이 있다.
여자관계와 돈 관계에서 자유롭게 목회하려면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으로 목회를 하라 한다. 특히, 여자 신도일 경우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반드시 탈이 난다는 것. 어느 정도의 거리와 간격을 두고 가까이 가야 문제가 없다 한다. 맞는 말이다.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2년만에 열린(11월5일) 뉴욕마라톤대회. 5만여명이 참여했다. 남·녀 1등이 모두 케냐 사람이다. 마라톤 중 최고령(86)으로 완주한 할머니. 조이 존슨. 캘리포니아에서 달려와 8시간 완주로 테이프를 끊었다. 다음날 투데이 쇼에 출연해 전국과 전 세계에 방송을 탔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다. NBC에 초청돼 방송을 마친 할머니는 바로 묵고 있는 호텔로 가서 침대위에 몸을 뉘였다. 얼마 후, 아는 사람이 호텔에 찾아와 할머니가 일어나질 못하자 911에 신고했다. 응급차가 도착했으나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병원은 사망원인을 과로사로 추정했다. 자신의 나이도 잊어버린 이 할머니. 너무 과하셨던 거 아니었나.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뭐가 되나? 독이 된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도 마찬가지다. 이걸 알면서도 절제하지 못하는 게 비극이다. 비타민과 영양제가 좋다하여 하루에 일곱가지를 아침마다 빈속에 3년 동안 먹은 한 사람이 있다. 위가 어떻게 됐을까.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다행이다. 독이 되느니 차라리 먹지 않는 게 약이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데 넘쳐도 좋은 것(과유호급:過猶好及)이 있다. 이웃을 위한 마음씀씀이다. 굶주린 이웃을 위해 재물을 나누어 주는 것. 강하고 부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원조(정치나 이익을 배제한)해주는 것. 순수사랑을 나누어주는 것. 넘쳐도 좋다.
곧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딸랑거리는 냄비에 이웃사랑을 담아보자. 과유불급, 중도, 불가근불가원. 극이 아닌 중간을 택해 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좋다. 보약이나 운동도 마찬가지. 허나, 우주의 마음이 담긴 이웃사랑은 넘칠수록 좋다. 과유불급, 과유호급. 넘치면 안 됨과 넘쳐도 좋음을 알아 행으로 옮기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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