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남가주는 아침마다날이 흐렸다. 옅은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출근하다가 TV뉴스에서 본 중국의 하늘이떠올랐다. 며칠 전 하얼빈에하늘은 없었다. 극심한 스모그가 숨 막히게 들어차서 천지가 캄캄한 잿빛일 뿐 하늘도땅도 구분되지 않았다. 날이추워져 시정부가 난방용 석탄소각로를 일제히 가동시키자불탄 석탄의 미세먼지가 갑자기 대량 배출되면서 대기오염이 악화했다고 한다.
지난 21일 아침 하얼빈의대기 중 초미세 먼지 농도는세계보건기구(WHO) 안전 기준치의 40배. 도시 전체가 거대한 독가스 실로 변했다. 시민들은 마스크와 목도리로 입과 코를 꽁꽁 싸맨 채 불안한호흡을 했고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도시는 마비되었다.
가시거리는 10m 정도였다는데 과장 좋아하는 중국인들의과장이 스모그의 체감수준을실감나게 했다.“ 앞에 놓인 내손의 손가락이 안 보여요”“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안 보여요” -온라인 오프라인 뉴스매체에소개된 내용들이다. 대기오염정도가 가히 설화적이다.
대기오염은 승승장구하던중국의 앞을 가로막는 난제이다. 중국을 G2로 초고속 성장시킨 무지막지한 개발의 밑거름은 ‘숫자’였다. 13억 숫자의힘이 개발의 원동력이 되었는데 이제 그 ‘숫자’와 ‘개발’이손을 잡고 스모그라는 괴물로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정글만리’가 요즘 한국에서베스트셀러이다. 중국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을 보면 중국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있다.“ 런타이둬(人太多)” - 사람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어디를 가든 인산인해이니 “아,사람이 너무 많아”가 입에 배었고, 그런 말 뒤에는 “인구중 3억 정도는 사라져야 해”라는 속마음이 들어있다고 한다.
사라져야 할 사람 중에 자신은 물론 포함되지 않는다.
그 많은 숫자가 베이징 등 대도시 거리를 자전거 물결로 메우며 장관을 이루었었는데 이제 자전거는 사라지고 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 매연은 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그 많은 숫자가 동원돼 하루가다르게 고층빌딩들이 솟아오르고, 공장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니 스모그가 심해지는 것은당연하다. 더 벌고 더 갖고 싶은욕망들이 그 숫자만큼 하늘을찌르니 개발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계속될 뿐이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대기오염이 심한 데도 개발을 계속하는 중국을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매연 때문에 눈물이줄줄 흐르는 데도 ‘마이 카’를 원하는 서민들을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의 현실은 지구의 현실이다. 우리 모두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중국이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무시하고 마구잡이 개발을 하면 어떻게 되는 지 중국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하얼빈의 모습은 지구 종말의 모습이 될 수 가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해가 갈수록 가뭄, 고온, 한파, 폭우 등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잦아지는 것을 우리 모두 체감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산화탄소 등온실가스 방출을 이대로 계속하면 반세기 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화씨 4도나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태계에 엄청난변화가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캘리포니아는 모래바람휩쓰는 사막이 되고 지난 20년중 가장 더웠던 날들이 새로운일상이 된다고 한다.
방법은 하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국가도 개인도 선뜻 나서지를않는다. 개발을 중단하면 당장의 이익이 사라지고, 석탄 등상대적으로 값싼 화석연료를대체 에너지로 바꾸려면 당장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해도 기후에 미치는 효과는 수십년 후에나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중 은퇴 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은퇴자금을 충분히 적립해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일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노년도 아니고 자신이 죽고 난다음에나 나타날 기후변화에대비해 현재를 희생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무시할경우 우리의 손주 혹은 증손이 얼마나 황폐한 환경에 던져질 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때문이다. 숨 막히는 스모그는아닐 지 몰라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열사가 그들을 기다리고있을 지도 모른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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