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신약성경 디모데전서 6장10절의 성구로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1세기,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돈과 재물로 인해 시험받는 자들이 없도록 권고한 내용 중 하나다.
바울은 또 권한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며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진다”고 말했다. 2000년 전, 사도 바울의 이 말, 현대인들의 심중을 울리고 남는다.
사도 바울의 이 말은 맘모니즘(Mammonism·재물숭배)이 판을 치며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현대인들의 사고에 쐐기를 박아 주는 말이다. 허나,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현상은 지금도 버젓이 판을 치고 있으니 어쩌랴. 돈 없어 변호사를 사지 못하면 무죄도 유죄요 유능한 변호인을 사면 유죄도 무죄가 되니 그렇다.
1994년, 백인인 이혼한 부인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녀의 남자 친구 론 콜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유명 흑인 풋볼선수 오제이 심슨. 그의 죄과는 확실한 물증으로 유죄가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대 최고로 잘 나가는 변호사팀을 사서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유전무죄가 된 좋은 케이스다.
2000년, 아니 수천 년이 흐르도록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돈에 대한 인간들의 애착이 아닐까. 돈을 사랑하는 인간들의 변하지 않는 이 마음과 생각. 탓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돈이 없던 선사시대(先史時代·역사이전의 시대)엔 인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그리고 잠잘 곳이었을 게다.
사도 바울의 말대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하게 살던 선사시대의 인간들이었을 거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해짐에 따라 인간들은 의식주의 만족에서 떠나 보다 더 쾌락을 위해 무엇을 찾기 시작했고 그 욕심은 끝도 없이 발달해 현대에 이르렀다. 지금은? 맘몬니즘이 쾌락주의와 더불어 인간을 부패·타락의 끝으로 몰고 간다.
사실 돈 그 자체가 인간을 타락시키진 않는다. 돈은 화폐(Currency)에 불과하며 쓰는 사람에 따라 선(善)이나 악(惡)이 된다. 칼이 의사에 손에 잡히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지만 강도의 손에 잡히면 사람을 죽이듯 돈도 마찬가지다.
어느 사람의 손에 돈이 잡히느냐에 따라 돈은 사람을 귀하게 혹은 천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바울은 돈이 일만 악의 뿌리가 아니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했다. 돈을 사랑함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필요한 만큼의 돈이면 족하지 과욕하지 말란 뜻 아닐까. 99마리 양을 가진 사람이 1마리 양 가진 사람의 양을 빼앗으려 하는 것도 돈을 사랑함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돈! 돈! 하다 돌아버리는 사람도 많다.
돈을 사랑하여 돈을 많이 벌었어도 결국 건강마저 잃어버리고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나 지금이나 인생에겐 돈은 생명과도 같다. 사람의 생명은 의식주와 연계되며 돈으로 해결되니 그렇다. 또 돈은 행복과 직결된다. 행복이란 만족인데, 만족도에 돈이 큰 역할을 하기에 그렇다. 뉴욕타임즈 기사 내용 중 하나다.
미국에 사는 노인(65세이상)중 은퇴자금 50만달러 이상의 노인들은 만족도가 66%다. 그러나 15만달러 미만 경우엔 38%만이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통계다. “노후가 안락해야 흑자인생”이란 말이 있듯이 노년에 돈은 반드시 필요선(必要善)이다. 황혼기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면 젊어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만 한다.
돈은 사랑하지 말고 필요한 량만큼 열심히 모아야 한다. 그래야 멸시받지 않고 노년을 보내게 된다. “근심으로 찔릴”정도로 돈을 사랑해선 안 된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그보다 더 행복이 없으랴. 노자 도덕경, 입계지지(立戒知止)편의 ‘지족불욕(知足不辱)’,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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