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선친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주정뱅이 머슴에게 아들이 있었다. 그 소년도 날품팔이 머슴이었다. 어떤 날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동네 부자 어른을 찾아갔다. 어떻게 하면 자신도 장차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지혜를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다. 부자영감은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소년이 다시 가 보니 이번에는 우물가로 데리고 갔다. 부자영감은 거기에서 한 시간만 물을 길어서 옆에 있는 항아리에 담으라고 했다. 두레박을 내려 물을 퍼서 독에 부었더니 물이 그냥 땅으로 흘러내렸다. 밑 빠진 독이었다.
한 시간 뒤에 그 어른이 다시 와서 물을 얼마나 길어 놓았는지 검사했다. 물론 몇 방울도 없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두레박과 항아리를 다른 것으로 바꿔 주면서 한 시간 더 물을 길어 놓으라 했다. 허나 항아리는 별 문제가 없는데 두레박이 줄줄 샜다. 그래도 몇 방울씩은 길어 올릴 수 있었고 독에는 조금씩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두레박을 빨리 들어 올릴수록 항아리에 물이 더 많이 고였다.
시간이 되자 부자영감이 다시 와서 검사를 하더니 그만하면 됐다며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소년은 길을 걸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집 가까이 와서는 갑자기 손뼉을 쳤다. “옳거니, 조금씩 벌더라도 저축만 잘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으면 자기 아버지처럼 언제나 빚더미 위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교훈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온 세상은 불경기, 불황, 파산, 경기후퇴, 경기침체 그런 말들로 도배된 것 같았다. 상환금을 못 내서 주택이 은행으로 넘어가고, 사업장의 문을 닫아야 했고,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 한국으로 역이민을 떠난 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교회들도 헌금 규모가 현저히 줄어들고, 교회당이 은행으로 넘어가고, 주일예배에 은행직원이 와서 헌금을 통째로 가져가기도 했다.
백수 교역자들이 늘어나고, 선교비 지출도 줄이는 등 내핍에 내핍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제가 불길처럼 살아나서 ‘불경기가 불길 경기로 바뀌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신자들의 아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오기도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변동은 늘 있는 일이라며 경기순환론으로 설명을 한다. 불경기, 경기회복, 호황, 경기후퇴, 불황, 때로는 공황 그런 단계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바닥 치는 날’만 기다려 왔다. 그런 경제이론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를 움직이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도외시하고서는 근본적인 해법을 내기 어렵다. 경제 원리로만 역사를 해석했던 공산주의 정권이 죽는다는 소리도 못한 채 관속으로 들어가지 않던가.
미국은 지금 그런 경기순환의 한 대목인 불경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력이 현저히 허약해지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처럼 보인다. 꿈의 나라가 이제는 ‘악몽의 나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얼마 못 가서 술중독자, 아편쟁이, 총잡이, 도박꾼, 사기꾼, 백수건달들만 득실거리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되어가고 있다. 그런 ‘밑바닥이 없는 독에 물을 붓는 사람’ 가지고는 결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신 차려야 한다. 똑똑한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 역사에서 그 유명한 ‘대각성 운동’(The Great Awakening)이다. 미국은 국가경제의 파탄이 올 때마다 영적 대각성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았다. 조나단 에드워드, 조지 휫필드, 찰스 피니, 빌리 그래함 같은 위대한 신앙지도자들이 “하나님께로 돌아가자”며 외쳤고 대중들이 적극 호응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의 극심한 부작용으로 타락한 사회가 되었을 때 대각성 운동을 주도한 사람이 요한 웨슬리 형제였다. ‘해지는 날이 없는 대영제국’을 건설하게 된 것은 이들이 주도한 성결운동이 정신적 기초가 되었다. 특히 ‘돈에 관하여’라는 설교는 불경기를 ‘불길’ 경기로 바꾸게 만든 대표적 설교가 될 만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되도록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한다. 둘째, 되도록 많이 저축해야 한다. 셋째, 저축된 돈을 되도록 많이 착한 일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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