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폐쇄가 이어지던10월의 첫 16일간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졸였다. 출근못하고 억지 휴가에 들어간공무원들, 손님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정부기관 인근의 식당들, 국립공원 폐쇄로 단풍관광 대목을 망쳐버린 여행사들,마무리 단계의 SBA 융자가 막혀서 사업에 차질이 생긴 중소기업주들 … 모두가 속을 까맣게 태우며 불안해했다.
정부 폐쇄 같은 비상사태가터지면서 다시한번 분명해진것이 있다. 살얼음판 같이 불안한 우리 삶의 현실이다. 많은사람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나 정치의 변질 같은 걸불안해 한 것이 아니었다. 봉급을 못 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일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럴 경우 닥칠불확실한 앞날이 직접적이고도 다급한 불안의 정체였다.
예상되던 수입이 들어오지않으면 서민들은 당장 그달의생활이 흔들린다. ‘페이먼트’인생이기 때문이다. 모기지 납부금이나 아파트 렌트비, 자동차 할부금과 보험금 등 봉급에 손도 대기 전에 빠져나가는비용들이 있다. 집 페이먼트 하느라 일만 하다 보니 집을 즐길 여유가 없는 이상한 삶이우리의 삶이다. 좀 다르게 살수는 없을까.
지난 13일 NBC 방송은 색다른 사람들을 소개했다.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더 많은 수입, 더 많은 소유를 향해 치열하게 달리는 경주의 장에서 자진 탈퇴한 사람들이다.
오리건 북동부 지역에 사는댄 프라이스(56)라는 남성이소개되었다. 그는 언덕기슭에굴을 파서 만든 집에서 산다. 작은 사무실만한 원형의 토굴이 침실 겸 주방 겸 거실이다. 집짓는 데 든 비용은 75달러. 집 주변 대지를 빌려 쓰는 비용은 연 100달러. 빨래는 시냇물에 하고 교통수단은 페달 밟아달리는 삼륜차이다. 돈 들 것이없으니 생활비는 일 년에 5,000달러면 충분하다.
“내게 필요한 건 먹을 것과입을 것, 그리고 쉴 곳”인데 그모두를 가졌다고 그는 말한다. 소유를 극도로 줄이면서 그의삶에서는 두 가지가 사라졌다. 돈 걱정과 일자리 걱정이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삶을 살았던것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 그는켄터키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살았다. 높은 이자율의 주택 모기지등 페이먼트 걱정과 일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았다. 삶은 으레그런 것이려니 했다.
이혼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고향 오리건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그 전부터 생각해오던‘단순한 삶’을 선택했다. 작은집에서 소유를 최소화 하는 삶을 시작했다. 소유를 줄이는 만큼 늘어나는 것은 시간이었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깊이명상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그는 넘치도록 즐기고 있다.
소유를 어느 정도까지 줄이는 게 가능할까. 지난 2010년영국에서 ‘무일푼 남성(TheMoneyless Man)’이라는 책이발간되었다. 아일랜드 태생의마크 보일(34)이라는 남성이당시 1년 여 동안 돈을 완전히 끊고 산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돈을 벌지도 않고 쓰지도 않으며 사는 삶을 실험했다. 과소비, 환경파괴, 물질만능주의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문제는 돈에서 비롯되었다는판단 때문이었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 그는 낡은 캐러밴을 거처로 장만하고텃밭을 마련했으며 조리에 필요한 나무 난로 등 기본적 물품들을 준비했다. 농사짓고 야생의먹거리를 채취하고 다른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면서 원시시대사람처럼 살았는데 인생에서 그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적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 역시 10년 전만 해도 평범한 엘리트 청년이었다. 대학에서경영학을 전공한 후 유기농 식품회사에 취직해 고소득의 여유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즈음 영화 ‘간디’를 본 것이 전환점이되었다.“ 세상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너 자신이 그 변화가 되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뇌리에 박혀 고심하다가 어느 순간소유를 버리는 삶을 택했다.
무소유를 추구하는 그의 삶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탐욕으로 오염된 바다에 물방울한두개 떨어트리는 정도”이겠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소유를 줄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목을 옥죄는 ‘페이먼트’ 부담을 좀 덜어낼 필요는 있다. 살림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간디는 말했다.“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우리의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곳이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걸 욕심내느라 헉헉 대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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