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연이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9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새 의장에 여성이 지명되더니 10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 여성이, 그리고 유럽의 권위 있는 인권상인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로 파키스탄 소녀가 선정되었다. 연준 부의장인 재닛 옐런(67), 단편작가인 앨리스 먼로(82) 그리고 10대 여성교육 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6)가 그 주인공들이다.
옐런은 상원인준을 거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먼로는 캐나다 국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첫 번째 작가이다. 그리고 확인은 안 됐지만 16살에 인권상을 받은 인물은 아마도 지구상에 말랄라가 유일할 것이다.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여성으로서 그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
유태인인 옐런은 전형적인 수재 형이다. 동료들은 그를 ‘작은 몸에 IQ 큰 여자(Small lady with a large IQ)’라고 부른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의사 아버지와 교사 엄마 밑에서 자란 그는 우수한 머리에 책벌레여서 1등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라던 1950년대 60년대에 남녀 학생은 동등하게 대접받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여학생은 항상 옆으로 밀쳐졌다. 명문 사립고교들은 여학생을 아예 받지 않았다.
브라운을 거쳐 예일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여성이라고는 드문 경제학계에서 학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1978년 결혼 후 그가 남편인 조지 아컬로프 박사와 함께 런던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때였다. 사람들은 그를 ‘누구의 아내’로서만 대했다. 실제로 대학 측은 아컬로프를 초빙하기 위해 아내인 옐런에게도 강의를 준 것이었다. 아컬로프는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이름 난 학자이다.
이후 옐런의 삶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독차지 하던 무대에 발을 들여놓고 자리를 잡고 인정을 받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그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연준 의장이 되면서 유리천정 깨기의 긴 행군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엘리트 여성으로서 넘어야 했던 성차별이 옐런의 삶의 조건이었다면 단편작가 먼로에게 주어진 조건은 가정주부로서의 삶이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시골에서 자란 그는 14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글 쓸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글을 쓰기는커녕 책도 읽지 않았고, 여자가 무슨 야심이 있다고 하면 곱게 보지 않는 분위기였다.
결혼을 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그는 가정주부로 주저앉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사노동으로 이어지는 일상의 고단함과 무료함에 항복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을 누르지 않았다. 식탁 한 모퉁이에서 끈질기게 글을 썼다. 그렇게 모아진 단편들로 첫 단편집을 낸 것은 37살 때였다.
단편작가로 성공하리라고는 그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 ‘진짜 소설(장편)’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기까지 연습 삼아 쓰자 하며 시작한 것이 단편이었다. 그렇게 쓰기를 수십년, 그는 이제 단편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시골의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캐나다의 체홉’이 되고 마침내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말랄라는 여성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려다 목숨을 잃을 뻔한 소녀이다. 그가 태어난 파키스탄에서 여자는 교육을 받지 못한다. 전체 여성 중 초등학교를 마친 여성은 30%가 못 된다. 특히 탈레반이 세력을 뻗친 지역에서 여학생에 대한 교육은 전면 금지되었다. 학교가 폭파되고 여성은 외출이 금지되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권 운동가들은 살해되었다. 말랄라 역시 “여자아이도 교육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1년 전 탈레반의 총격으로 머리에 중상을 입었었다.
말랄라에게 교육에 대한 신념을 심어준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 자후딘은 여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딸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지난해 영국에서 대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말랄라는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살면서 여성교육 운동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 등 제3세계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교육에 목말라 하는 지를 알리느라 책도 쓰고 유엔에서 연설도 했다. 말랄라는 여성교육의 상징이 되었다.
엘런과 먼로, 말랄라가 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현실 혹은 벽을 너무 쉽게 핑계 삼지 말라는 것이다.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뛰어넘으면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것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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