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업무 정지)되면서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무엇보다도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무급휴가를 간 연방정부 직원들은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시위를 하고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급증하고 노동허가 신청서 접수와 심사가 중단되는 등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여행업계로 관광지가 폐쇄되자 단풍이 한창인 국립공원 단풍관광이 취소되고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은 천천히 보려고 여유를 부리다가 뒤늦게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워싱턴의 백악관부터 볼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그 중에 워싱턴 DC에 사는 올드 타이머 한 분은 한국에서 동생이 미국 구경을 왔으니 바쁜 와중에 모처럼 날을 잡아 운전수겸 관광 가이드를 자청했다고 한다. 모든 기념관과 박물관이 문을 닫았으니 내부 구경은 당연히 못하고 외관이 보이는 장소에서 인증샷이라도 찍게 하려한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 주위로 웬만한 거리는 다 막아서 차가 갈 수 없었고 주차할 곳은 당연히 없어서 백악관 뒷길인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동생을 내려주고 사진을 한방 찍는 동안 차를 계속 움직여야 했다. 외부 공사가 한창인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차로 지나가면서, 국회의사당은 경찰관이 지키고 있는 바리게이드 앞에서 먼 배경으로 놓고 겨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링컨 기념관과 제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물이 있는 근처에 동생을 내려준 뒤 한 시간 후 만나기로 했는데 근처의 모든 주차장이 폐쇄되고 길옆에 정차, 주차도 못하게 하니 당연히 화장실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제퍼슨 기념관 주차장으로 가니 입구부터 막혀서 할 수 없이 버지니아로 넘어가야 했고 그곳엔 호텔과 조지워싱턴 대학이 있지만 주차 자리가 없었고 다시 워싱턴 시내로 들어오니 관공서와 박물관 천지인 거리는 텅텅 비어 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화장실 찾아 삼만리’!.
결국 한시간 이상 워싱턴 도심을 차로 돌다가 급히 인증샷을 찍고 온 동생을 다시 태우고는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가야 했다. 그곳은 기차와 버스를 타러 온 사람, 마중 나오거나 배웅 나온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화장실도 가는 등 그곳에서 진정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했다고 한다.
사람은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하고 시시때때로 배뇨를 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그것은 바로 도(道)라고도 한다. 잘 먹었지만 제대로 배출을 못하면 병이 들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비록 인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기능이 순조롭게 돌아가면 이런 급체현상이나 요독증 같은 것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달 말 예산안에 대한 여야 대립으로 촉발된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국방 등 핵심기능만 제외하고 업무가 대거 중단되어 여론의 비판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 폐쇄가 3주채 접어들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달러 빚을 더 내고 만들어 갚으면서 버틸 것이라 국가 부도는 나지 않겠지만 셧다운이 풀릴 때까지 시민들은 얼마나 더 불편한 날을 보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10일 현재 공화당이 부채상한 단기 증액안을 검토하고 백악관이 긍정적인 방안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타협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공공 서비스가 감축되는 것을 일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숨쉴 구멍까지 막아서는 안된다. 굳이 주요 국립공원이나 박물관을 폐쇄하고 주차장도 더불어 닫겠다면 간이 화장실 정도는 야외에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밥 한그릇이 곧 우주이고 삶이고 인간이다’는 말이 있다. ‘원초적 본능’인 먹고 자고 싸는 행위가 바로 삶이고 대자연의 진리인 것이다.
내일아침이라도 당장 셧다운이 풀려 방문객이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 가보고 기념관에 앉아있는 링컨 대통령과 악수라도 한번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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