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혼란스럽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벌써 한 달이 지났나.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1400여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와 메시지를 말하는 것이다.
곧바로 군사적 응징을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돌연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했다. 또 한 주도 지나지 않아 외교적 해결을 시도한다며 의회 표결 연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받아들인 것이 푸틴의 중재안이고, 뒤이어 열린 것이 제네바 회의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로써 오바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끝났다.” “아무도 미국의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바마가 보여 온 그동안의 어지러운 행보와 관련해 쏟아지고 있는 비난이다.
그렇다고 옹호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리아 문제는 더 이상 시리아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해외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심한 피로증세,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사적 응징의 대안으로 시리아 화학무기를 폐기키로 한 푸틴의 중재안을 79%의 미국인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의 시리아정책은 바로 이 같은 미국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고 또 미국의 이해에 더 부합된다는 것이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사실 시리아는 미국의 중차대한 이해가 걸린 지역이 아니다. 이집트, 이라크에 비하면 특히 그렇다. 그 시리아 내전에 잘 못 말려들 경우 또 미국은 또 한 차례 이라크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현실론자들의 지적이다.
오바마가 보여 온 그동안의 갈 지(之)자 행보도 시리아 사태의 이 같은 특수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지나치게 넓게 군사적 개입을 해왔다. 그러므로 내 임기 중 결코 새로운 전쟁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의 당초 입장이다. 시리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개입은 될 수 있는 한 피한다는 게 근본원칙으로, 이런 오바마 정책은 현실과 전략 양면에서 논리적으로 결코 무리가 없다.
그 논리의 타당성은 그러나 일단 화학무기가 사용되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상황에서는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미국의 가치관, 전통적 해외정책노선에 대한 중차대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대량살상무기(WMD)확산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특히 시리아 같은 불량(rogue)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는 사태는-. 냉전초기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지켜온 해외정책에 있어 기본 원칙이다.
‘인류학살 사태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의, 어찌 보면 더 중요한 원칙이다. 이는 2차 대전 때부터 적용되어온 원칙으로 코소보 사태 개입 등 해외에서의 인도적 개입은 바로 이 원칙하에 이루어졌다.
내란으로 10만 이상의 사망자가 났다. 거기다가 아사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를 사용해 400여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400여 명의 자국민을 학살했다. 이것이 현재의 시리아 상황이다. 이는 미국이 수호하는 가치관에, 또 해외정책 원칙에 대한 중차대한 도전인 것이다. 처음에는 곧바로 군사적 응징을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말이 바뀌었다. 그것도 수차례나. 오바마의 그 헷갈리는 행보는 현실과 이상, 전략적 결단과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결정, 이 양자 중 택일에서 갈팡질팡 한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은 현실에 바탕을 둔 전략적 결단으로 기울어졌지만.
올바른 결정일까. 그럴 수도 있다. 미국은 중증의 중동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거기다가 독일을 비롯한 적지 않은 서방국가들도 군사적 개입을 꺼리고 있는 마당이니까.
“연쇄 인권탄압 범에 가까운 푸틴이 브로커로 나섰다. 그 푸틴의 중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무능에 대한 지탄이다.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용이 크게 손상됐다. 푸틴은 10만 명이나 학살한 아사드를 지켜주기 위해 굳건히 나란히 서 있다. 미국은 2년 전부터 아사드 퇴진을 주장하면서 원조를 요청하는 반군세력을 사실상 방치했다.”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그 결과 시리아 반군 세력의 중추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이스트 과격세력이 장악하게 됐다는 거다.
이는 시리아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다. 거대한 내전에 휩싸인 전 중동지역에서 일고 있는 현상으로 ‘아랍의 봄’은 반(反)미, 반서방정서 확산을 불러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왜. 자유를 갈구하는 아랍의 민주세력의 외침을 미국이, 또 서방이 외면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
그건 그렇고, 갈팡질팡하는 오바마. 그 미국의 대통령을 김정은의 북한체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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