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상이란 공로가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상은 보편적, 객관적 평가가 뒷받침 되어 수여되며 명예가 따른다. 어릴 때 초등학교 다니면서 학교에서 준 상들이 아직도 보관돼 있다. 어머니가 하나하나 챙겨둔 것을 물려주었는데 종이색깔이 노랗게 변했다. 어느 부모는 상장들을 온 벽에 전시해두곤 했었다.
공부 잘하여 받는 우등상보다 더 큰 상으로 평가되는 상이 있다. 개근상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등 12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등교한 학생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몸이 아파도 학교는 안 빠졌다. 이렇게 12년간의 개근상을 받은 한 사람을 수십 년간 알고 지내는데 그는 마음과 행동이 한 결 같이 변함없음을 보아온다.
상중에서 가장 좋은 상은 노벨상이 아닌가 싶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상금 뿐만 아니라 세계역사에 그 이름이 길이길이 남는다. 상금은 스웨덴 화폐로 1010만 크로네요 한화론 17억4천만원 정도 된다. 이 상보다 더 많은 상금이 있다. 아프리카의 ‘이브라힘’상으로 500만 달러가 10년간 주어지며 후엔 20만 달러가 매년 평생 주어진다.
세상엔 상을 받는 사람이 있나 하면 벌을 받는 사람도 있다. 벌이란 일종의 구속이다. 구속이란 법에 의해 집행된다. 집행 과정은 사회로부터의 격리다. 감옥에 가두거나 아예 목숨마저 끊어버려 영원히 세상과 격리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과 사회에 해와 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벌을 받지 않으려면 법과 양심대로 살아야 한다.
상도, 벌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이런 사람들인 보통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해주는 다수가 된다. 상을 받아 빛나는 것도, 벌을 받아 구속됨도 없이 일상에 의해 평범히 살아가는 보통사람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원하며 세상은 이런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어 간다.
상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늘 생각하곤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상을 수여 받는 사람이나 단체 쪽이 아니라 상을 수여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욕심인가. 어쨌든 상이란 좋은 것만은 사실인데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거부한 사람들은 6명이나 있는데 이유는 개인적인 것도 있고 정치적인 것도 있다.
1938년 화학상을 거부한 리하르트 쿤(독일). 1939년 화학상을 거부한 아돌프 부테난투(독일). 1939년 생리의학상을 거부한 게르하르트 도마크(독일). 1958년 문학상을 거부한 시인과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소련). 1964년 문학상을 거부한 극작가 장 폴 사르트르(프랑스). 1973년 평화상을 거부한 르둑토(북베트남) 등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상을 거부하여 언론에 보도된 사람이 있다. 작곡가 류재준(43)과 소프라노 임선혜(43)다. ‘난파음악상’으로 작곡, 바이올린, 성악, 피아노 부문에서 매년 한 명을 선정해 1972년부터 시상해 온 상이다. 1회 수상자인 정경화씨를 비롯해 백건우, 정명훈, 장영주, 조수미,장한나, 손열음씨 등이 수상한 바 있다.
류재준씨가 이 상을 거부한 이유는 “친일파 음악인의 이름으로 상을 받고 싶지 않다. 음악선배로서 홍난파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친일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적 자체를 부인하는 것 같은 음악상의 요강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다. 임선혜씨는 “상의 성격을 떠나 이슈화된 사안에 이름을 올리는 게 부담스러워 수상을 거부한다”고 했다.
홍난파씨는 처음엔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봉선화’등을 작곡했다. 허나 1930대 들어 친일단체에 가입해 친일 가요를 작곡했다. 이어 1940년 매일신보에 일제에 음악으로 보국하자는 내용의 기고를 하는 등 친일의 행적을 하여 2009년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 인사명단에 올렸고 후손들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낸바 있다.
그래서 금년 ‘난파음악상’은 난파됐다. 수상자가 없다. 친일파, 새삼스럽지도 않다. 친일 후손들이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이 마당이 아닌가. 상과 벌 중에 상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을 못 받을 바엔 그냥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좋다. 벌은 받지 말아야 한다. 상을 거부할 수 있는 그 사람들. 참 멋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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