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예비선거가 다음 주인 10일 치러진다.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에서는 빌 데블라지오 공익옹호관이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최초의 아시안 시장후보인 존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이 막판 대역전극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공화당은 조셉 로타 전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 회장이 가장 앞서고 있다.
앞으로 4년간 뉴욕시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후보들은 저마다 주요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 예비선거에서 우승한 각 당 후보들은 11월 5일 본 선거에서 맞붙어 최후의 승자가 109대 뉴욕시장이 된다. 사실 뉴욕시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워싱턴 DC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너무 먼 당신’이고 뉴욕시장이야말로 뉴욕1이나 뉴욕타임스, 운이 좋으면 시청 앞이나 메츠구장 혹은 지하철 안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가까이 있는 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1년 뉴욕시장이 되어 2005년 재임에 성공하고 2009년 3선으로 출마하여 현재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지난 12년간 샌디 같은 천연재해를 비롯 수많은 사건ㆍ사고마다 모습을 드러내 익숙한 이미지를 준다. 뉴욕시는 1665년 첫 시장이 취임한 이래 그동안 108명의 시장이 있지만 그 중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몇 시장이 있다.
얼마 전 타주에 사는 친지가 뉴욕을 방문하며 라과디아 공항에 내렸는데 마중 나간 내 차를 타며 한 질문이 “왜 공항 이름이 라과디아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뉴욕의 전 시장이자 공항 건립의 주역인 피오렐로 라과디아 뉴욕시장(재임기간 1934~1945)의 일화를 소개했다.
1930년대 미국 뉴욕의 한 가정법원에 경찰관이 한 노인을 끌고 왔다. 그는 상점에서 빵 한덩어리를 훔친 절도죄로 붙잡혀 온 것. “선량한 시민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사흘을 굶자 배고픔을 참지 못해 나도 모르게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는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들은 판사는 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고 하나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잘못이다.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한다. 그러나 이 노인이 빵을 훔친 것은 노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도시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나는 나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이 법정에 있는 시민들에게도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한다.”이렇게 거둬진 돈은 57달러 50센트, 판사는 노인에게 그 돈을 주었고 노인은 벌금 10달러를 내고 남은 돈을 쥐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법정을 떠났다.
이 명판결을 내린 판사가 훗날 라과디아 뉴욕시장이었다고 하자 차안의 분위기가 순간 숙연해졌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훔친 은잔을 ‘자신이 준 것’이라고 말한 신부가 떠오는 실화였다.
또한, 아침저녁 출근길마다 퀸즈보로 브리지의 옆 도로를 오가는데 신호등에 걸리면 늘 ‘에드워드 카치 퀸즈보로 브리지’ 도로 표시판을 정면으로 보게 된다. 이를 보면서 에드워드 카치가 뉴욕시장 재임(1978~1989)시절, 코리안 퍼레이드에 그랜드 마샬로 나와서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고 브로드웨이를 걸어가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뉴욕시에 한인들의 이민이 본격 늘어난 기간 동안 3차례, 12년간 시장을 지낸 그는 한인들과도 가까웠고 파산 상태인 뉴욕시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외 로버트 앤더스 밴윅 시장(재임기간 1898~1901)은 밴윅 익스프레스 웨이, 밴윅 스테이션 등의 이름으로 남았고 루돌프 줄리아니(재임기간 1994~2001) 시장은 9.11때 뛰어난 리더십으로 참사 복구작업 현장 지휘를 하며 ‘미국의 시장’ 칭호를 들을 정도로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됐다.
그들의 삶 자체가 위대하면 살아서 존경 받으며, 죽어서 그들의 육신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업적으로 평가받아 역사적인 인물로 남는다.올해 뉴욕시장이 되는 인물도 피오렐로 라과디아 시장처럼, 먼 훗날 뉴욕 방문객이 ‘왜 이 사람의 이름을 이곳에 붙였지?’ 하고 질문할 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화가 있는 시장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자들이 기댈 곳이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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