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국세청(IRS)에는 매년 1억5,000만건의 세금 보고서가 제출되고 있다. 납세자들은 연 61억 시간을 세금 보고서 작성에 소비한다. 세무라는 거대한 산업은 30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1,25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짊어져야 할 세금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계산하기 위하여 회계사에게 적지 않은 서비스료를 지불해야 한다.
1988년 레이건 정부 때 대대적 세제 개혁이 있은 후 25년간 의회와 정부는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놨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세법에 손을 대어 왔다. 세법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세법 조항들은 상호 일관성도 없고, 심지어는 상충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경기부양을 위하여 내 놓은 세법들은 작금의 경제위기에 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규정 한 두개로 치유하기에는 21세기의 경제 환경이 너무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세제 개혁은 최근 몇 년간 워싱턴의 중요 이슈였다. 지금의 세법으로는 균형 재정도, 경기 부양도, 정의로운 배분도 어렵다는 것에 정치인들은 동의하고 있다. 세원을 확충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워싱턴의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 50여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의회는 (1) 중산층의 세금부담 완화 (2) 기업 세부담 완화 (3) 중소기업에 균등한 기회 보장이라는 3대 명제를 도출했다.
하지만 초당적 합의를 통한 세제 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다양한 이익 집단은 로비활동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방법이 3대 명제에 가장 부합되는 방법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세제 개혁은 안중에도 없다. 집단 이익을 위하여 정치적 무기화를 시도할 뿐이다.
그간 10여건의 세제 개혁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신규 예산안에는 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세제 개혁안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16조 달러에 달하는 정부 빚은 매년 1조 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복지를 확충하고, 기업 세부담을 완화하면서 균형재정을 이루려는 것이 오바마의 세제 개혁안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공화당은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상원 재무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는 계류 중인 법안은 물론 이미 사문화된 과거 법안들의 장단점과 실효성을 분석했다. 소비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식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자는 해묵은 대안도 들어 있다. 부가가치세 대상이 되는 총 소비는 년 10조 달러에 달한다. 1%의 세금을 부과하면 1,00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다. 매년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가 2,00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한다. 부가세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현재의 소득세를 부가가치세로 100% 전환하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학자들의 주된 연구 과제였다. 26-28% 정도의 부가가치세를 소비에 부과하면 현재의 소득세를 100% 대치할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그 과정과 파급효과가 너무도 급진적이라 대중적인 논의가 되기도 전에 정치인들이 차단해 왔다. 내가 마시는 콜라 한잔과 빌 게이츠가 마시는 콜라 한잔에 똑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감정적 판단이 주 이유이다.
이런 감정적 불합리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득이 있는 사람만 소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년에 수억 달러를 버는 빌 게이츠도 몇 백만 달러 이상 소비할 수 없을 것이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에게만 함께 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남은 재산은 100%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더 많이 소비하려 노력할 것이며, 부가가치세 수입은 늘어날 것이다. 소비 못한 재산은 금융시장에 유입돼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가에게 조달될 것이다.
기초 생활비 이하의 소득자에 대한 합리적 배려만 보장된다면 자본주의 이상과 기업가 정신을 실현하는 훌륭한 개혁안이 될 수 있다. 세금 보고 및 징수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개혁은 사리사욕이 없는 강력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오바마의 리더십은 모멘텀을 잃어버렸다. 2014년 중간선거는 세제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심판이 주된 이슈가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