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요즘 연일 방영되는 뉴스엔 시리아에서 사린가스를 마시고 부들부들 떨며, 눈을 뒤집고, 사지를 뒤틀며 구토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영상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가스를 마신 사람은 어린아이를 비롯해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 가스를 마시고 죽어가는 영상을 볼 때 가슴이 쓰리고 저린 것은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시리아에서 사용된 사린(Sarin)가스는 독극화학물질로 ‘시안화물’보다 500배나 독성이 강하다. 이 가스가 체내에 들어가면 수 분 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가스는 호흡기와 눈과 피부를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가 눈물, 콧물, 침, 땀을 흘리게 하고 호흡곤란과 시력저하, 메스꺼움, 구토, 근육경련과 두통 등을 일으키며 사람을 사망하게 한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 사린가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반군은 8월21일자로 정부군이 독성가스를 사용해 650명이 사망하고 3,60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의 공격은 민간인 거주 지역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마을에선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95년 3월20일 도쿄 지하철에서 사린가스 살포사건이 일어나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8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했다. 사린가스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집단은 일본의 옴진리교였고 교주 아사하라 쇼크와 주모자 및 가스제조자들이 체포된 후 일본최고재판소에서 13명이 사형을, 5명이 무기징역형을 받고 일단락됐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사린가스를 개발했다. 개발된 사린가스는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유대인학살에 사용됐다. 나치는 ‘최종해결(Final Solution)’이란 용어로 독가스를 이용해 유대인들을 전멸시키려 했다. 가스로 인해 죽어간 유대인들은 600만명에 달했고 그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선조들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영어인 ‘사린가스’를 한국어로 하니 ‘살인(殺人)가스’가 된다. 사람을 죽이는 가스 아닌가. 드디어 세상은 화학무기가 공중에 살포되는 무서운 살인가스의 세상이 된 것 같다. 마지막 마지노선이 이대로 붕괴되는 걸까. 상상하기도 싫은 상상을 한 번 해 본다. 사린(殺人)가스가 뉴욕 한 복판에서 터진다면 어떤 관경이 벌어질까하고.
1993년 1월13일 파리에선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사용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이 이뤄졌다. 이 화학무기금지조약(CWC: Chemical Weapons Convention)은 125개국이 서명해 1997년 4월 발효됐고 현재 한국도 조인해 있다. 사린가스를 폭발시켜 서방세계의 공격대상이 된 시리아를 비롯해 북한은 이 협약에 조인하지 않은 나라다.
전 세계에서 화학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북한으로 북한이 3위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은 사린가스와 같은 독성 화학무기를 2억 명에게 살포할 수 있는 분량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는 가입했다 탈퇴했고 CWC(화학무기금지조약)는 아예 가입조차 하지 않은 위험나라 0순위에 있다.
미군은 베트남전 당시 숲이 우거져 베트콩들을 소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하여 나무를 고사시켜 죽이는 고엽제를 살포한 적이 있다. 고엽제(defoliant)는 나무뿐만 아니라 참전했던 군인들에게도 뿌려져 그들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음에야. 고엽제에 노출된 사람들은 임파선암, 육종암, 피부암등을 일으켜 사망 혹은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다.
화학물질과 핵물질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인류의 발전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에 해를 끼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번 시리아사태만 봐도 너무나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들이 대량살상무기로 변해 지구위에 떨어지는 날, 지구에는 상상조차도 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순리로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놓은 화학무기와 핵폭탄 등으로 자폭되는 지구의 끝이 되지 않을까. 금방이라도 머리위에 떨어질 것 같은 무색의 사린(殺人)가스. 핵무기금지조약과 화학무기금지조약에 가입치 않은 악(惡)의 무리들이여, 지금이라도 가입해 악함을 벗어버리고 인류의 공동번영과 질서에 함께 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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