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이 다가온다. 월요일에 있는 연방휴일이기 때문에 연휴가 된다. 대학교들이 개강 직전에 있는 휴일이기도 하고 이엘로우스톤을 관광할 수 있는 이 해의 마지막 기회라는 광고도 보인다.
노동절이라면 40년 전 처음 유학 왔을 때의 체험을 잊지 못한다. 켄터키 애즈베리신학대학원에 도착했다. 9월 초 금요일이었다. 그런데 다음 화요일부터 개강인데도 기숙사와 교정은 텅 비어 쥐죽은 듯 조용했다. 월요일이 노동절이어서 걸어서 밥 사먹을 곳조차 별로 없었다. 나흘 동안 피자집만 드나들었다. 그 때 ‘미국 노동절 참 대단한 휴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노동절이라면 5월1일 곧 메이데이를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럽과 특히 공산주의 국가들이 열렬히 지켜오는 노동자의 날이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는 9월 첫 월요일을 연방노동절로 정하고 있다. 오리건 주가 1887년 6월 첫 토요일을 노동절로 선포한 것을 효시로 한다. 7년 뒤부터 9월 첫 월요일로 바꾸었는데 이는 1882년 9월 5일 뉴욕 시에서 1만 여명이 참여했던 노동자 퍼레이드에 근거했다. 이 운동이 각 주로 번져나가면서 연방의회는 1894년에 공휴일로 선포했다.
이처럼 노동절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게 된 것은 결코 놀고, 먹고, 즐기라는 뜻만은 아니었다. 노동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라는 의식혁명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옛날부터 노동은 천한 것이라는 풍조가 뚜렷하게 있어 왔다. 노동은 노예, 머슴, 포로, 가난한 자, 사회신분이 낮은 자, 병졸, 여자, 어린아이들의 몫이라는 관행이다. 특히 육체노동계급은 정신노동계급에 비교하여 한 단계 더 천시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처럼 문명이 발전한 시대인데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은 여전히 천대를 받는다.
그런 생각을 말끔히 고쳐 바른 노동관을 회복하는 노동절이 되면 좋겠다. 백수 건달노릇도 하루 이틀이다. 버나드 쇼의 말처럼 ‘일하기보다 놀기가 더 지겹다’는 걸 알아야 한다. 특히 은퇴연령층이 많아짐에 따라 노동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뭇 드높다. ‘숨질 때까지’ 일하겠다는 결단을 다시 한 번 할 수는 없을까.
노동 천대가 노동 우대로 바뀌려면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에 우리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18세기 산업 혁명기를 기준으로 할 때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은 큰 진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여건의 개선을 위한 미결의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가령 노동절을 휴일로 정한 것은 그만큼 휴식이 생산성 제고에도 효율적이라는 뜻도 있다. 휴식을 더 피곤하도록 노는 기회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노동절은 노동운동이 바른 길을 가도록 다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권익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는 국가와 사회가 아직도 지구 위에 너무도 많다. 노사관계가 요즈음의 용어로 갑과 을이 아니라 갑과 갑의 관계로 바뀔 때까지 적극 투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정권이라며 지주와 자본계급을 박살냈던 공산국가들이 결국에는 노동계급조차 가장 심하게 학대해 왔다는 역설적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생산에 있어서 노동가치설과 자본가치설이 타협할 줄 모르고 대립해 왔던 근대사는 실상 멍텅구리들의 역사였다. 물건을 생산하고 공급하려면 노동과 자본 모두가 필수적이라는 걸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에 하는 소리다. 그러므로 노사가 큰 틀에서는 협력하고 작은 틀에서는 줄다리기를 하는 ‘함생노사론’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노동(labor)이라면 영어사전에는 ‘해산의 고통’이 중요한 뜻이다. 창조주는 첫 부부 아담과 하와가 금단의 실과를 먹음으로 에덴동산을 파괴했을 때 그들을 심판했다. 노동형이었다. 남편은 땀 흘리며 밭을 갈아야 먹고 살게 하는 노동형, 아내는 아기를 출산하는 노동형이었다.
그런데 창조주의 이런 조치는 겉으로만 보면 처벌이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오히려 상급이다. 지금도 인간은 누구나 땀을 흘려야 건강해지고 아기를 낳아야 건실해지지 않던가. 따라서 노동은 창조주로부터 받은 귀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 무엇인가. 직업과 노동은 결코 걸레처럼 여기는 천직(賤職)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 주신 천직(天職)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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