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아랍- 이슬람권에서 잇달고 있는 유혈참극의 악순환-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새삼 던져보는 질문이다.
군의 발포로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집트 사태다. 최초의 민선정부인 무하마드 무르시 정권을 쿠데타로 뒤엎었다. 군부 주도의 그 이집트 과도 정부는 저항세력인 무슬림 형제단 무력제거에 나서 이 같은 학살극을 연출한 것이다.
2년여에 걸쳐 10만 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시리아내전이다. 그 시리아 사태가 급기야 화학무기를 사용한 대량 인명살상이라는 최악의 참극으로 치닫고 있다,당초 ‘아랍의 봄’으로 시작됐다. 그 갈등은 그러므로 독재세력 대 민주세력의 구도로 해석됐었다. 그 상황 전개가 그런데 점차 모호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면서 그 갈등 구도도 크게 뒤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갈등’이라는 종전의 도식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적과 동지의 구별이 힘들다. 그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것이 이집트 사태이고 시리아 내전인 것이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원리주의인 이슬람이스트 세력과의 갈등이다’-. 이집트사태를 보는 일반적 시각이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1952년 체제 세력과 622년 체제로 돌아가자는 세력 간의 갈등으로 정리했다. 1952년은 나세르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해다. 622년은 이슬람 창시자 마호멧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이슬람력 원년이다. 이 두 체제 모두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 또 다른 그림이 눈에 띈다. 일종의 국제전이랄까, 전체 이슬람권을 아우른 갈등이랄까. 그런 모양새다.
“253명의 우즈베키스탄 인이, 21명의 예멘 출신이, 40명의 아프가니스탄 인이, 11명의 터키 인이, 그리고 126명의 하마스 게릴라가 최근 며칠 사이 적발됐다. 이들 외국인 전사들은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한 것이다.” 한 카이로 소식통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소련군과 싸우기 위해 수니와 시아의 종파구별 없이 수많은 회교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몰려들었었다. 이라크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비슷한 정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알카에다 등 수많은 회교원리주의 무장집단이 가세하면서 전 아랍권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 정황에서 ‘적의 적은 친구다’란 개념도 통하지 않는다. ‘적의 적도 적일 수 있다’ 아랍권의 특유의 관계 방정식이 통용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종주국이다. 그 사우디는 같은 수니파지만 무슬림 형제단을 체제전복 세력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사우디는 이집트 군사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에서 사우디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군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의 한 분파이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사우디는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어서다.
터키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다. 쿠데타 정권인 이집트 과도정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무슬림 형제단을 내심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시리아관계도 특이하다. 이슬람이스트인 무르시는 무슬림 형제단이 주축인 시리아 반군을 적극 지원했었다. 쿠데타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종파와 관계없이 같은 아랍권내 ‘현상유지세력’으로서 이집트 군사정권은 아사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 아사드의 행보는 더 과감해졌다. 전황도 그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 그리고 발생한 것이 화학무기사용대학살이다. 돌변한 이집트사태가 참사를 불러온 것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그 인과관계는 그렇다고 치고, 보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중동사태는 종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동문제전문가 마이클 리딘의 지적이다.
“마지막 전쟁은 공산주의자들과 전(前)공산주의자 간의 전쟁이 될 것이다.” 냉전시대에 한 공산권문제 전문가가 내린 전망이다. 그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중동지역은 이슬람이스트 대 전(前)이슬람이스트, 혹은 원리주의 모슬렘과 다소 세속화된 모슬렘간의 전쟁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수니파다. 그러나 군부를 중심으로 한세속화 세력과 원리주의 무슬림형제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집트 사태다.
시리아사태도 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거기에 다른 요소도 가해졌다. 이란이란 신정체제외에 권위주의체제인 러시아, 중국 등이 시리아의 아사드 체제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인가. 오늘날의 중동사태는 권위주의 체제와 서방 간의 글로벌한 전쟁의 한 부분이라는 지적이 한 편에서 나오고 있다.
중동사태가 하나의 전기를 맞고 있다. 화학무기사용으로 상당수 어린이를 포함해 1300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그 만행이 아사드 정부군 소행으로 밝혀지면 서방의 개입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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