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의 연례 리더십 컨퍼런스가 지난주에 열렸다. 매해 8월 초에 열리는 이 컨퍼런스에는 전체 약 2만7,000명의 교직원 가운데 간부직원 1,700명 정도가 참석한다. 컨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는 핀란드 교육문화부 산하기관 ‘Centre for International Mobility and Cooperation(CIMO)’의 사무총장 파시 살버그 박사였다. 살버그 박사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교육자로 그 동안 많은 저서와 논문들을 발표했다.
나는 이 날의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교육개혁이 핀란드에선 어떻게 시도되고 있는지 살펴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여러 해 전 부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개혁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개혁의 일환으로 부시 행정부 당시 ‘낙오자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이라 불리는 연방 교육법을 제정해 표준학력고사를 실시하도록 각 주들을 유도해왔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교사의 효율성을 향상 시킨다는 명분 아래 학생들의 표준학력고사 등의 시험성적 결과로 교사의 질을 평가하게끔 되었다.
이러한 시험성적 중심의 평가제도에 대해 살버그 박사는 세계 최고의 교육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핀란드의 경험을 제시하며 잘못된 길이라고 지적한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될 때까지 학생들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평가 자체를 안 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신 학생들에게는 경쟁(competition)보다는 협동(collaboration)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그리고 표준학력고사를 통한 학생들의 평가(test-based accountability)보다는 교사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가(trust-based responsibility), 즉 각 교사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평가 제도를 주문한다고 했다. 그리고 교과과정이나 학습내용을 표준화시키기 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 맞추어 개별화하고, 여러 다른 종류의 학교에 대한 선택권의 확충보다는 교육기회에 대한 형평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핀란드 교육 수준은 40년 전에만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 비해 형편없었다. 그러던 것이 형평성에 중점을 두는 개혁을 시작하면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형평성에 중점을 둔 교육개혁 정책으로 양질의 무상 유아교육을 정부가 책임지고 모든 유아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 학교마다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하는 등 보건문제에도 신경 썼다고 한다.
국제적 학력평가 시험으로 인정되는 PISA 시험 결과를 보면 형평성 부분에서 앞서 있는 나라가 교육의 질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미국은 형평성에서 여러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살버그 박사의 이 날 연설에서 가장 놀라왔던 부분은 교육체제, 정책, 환경이 교사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언급이었다. 핀란드 교사의 우수성은 세계 제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약에 핀란드 교사들이 미국에 와서 가르치고 미국의 교사들이 핀란드에 가서 가르칠 때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면서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답하는 것이었다. 즉, 더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핀란드 교사들이 미국에 와서 가르치더라도 현재 미국의 상황 아래에서는 미국 교사들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미국교사들이 핀란드에 가서 가르친다고 해도 핀란드 교사들과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왜냐하면 주위 다른 교사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교육 체제, 정책, 환경이 미국보다 우호적이기에 교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가르침의 질도 향상된다는 것이었다. 교육정책을 다루는 나에게는 큰 지적이었고 놀라움과 도전으로 다가오는 대목이었다. 40여년에 걸쳐 좋은 성과를 거둔 교육개혁을 시행한 핀란드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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