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리건주 ‘친 학생 정책’시동 눈길
▶ 주정부서 조성한 일정기금으로 대출 졸업 후 수입 3%씩 24년에 걸쳐 상환 “빚에서 구제해 줄 프로그램” 환영불구 자금 마련·우수학생 이용 기피 우려
워싱턴 정가에서 학자금 융자법안을 놓고 입씨름만 벌이는 동안 지난 7월부터 학자금 이자율이 두배로 껑충 뛰어올라 가뜩이나 힘든 새내기 대졸자들의 허리가 더욱 휘고 있다. 연방 의회의 미온적 대체와는 달리 오리건주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학자금을 무이자로 장기 융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대학교육 편의를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자금 융자가 부담이 되는 가정이 있다면 오리건으로 이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일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이달 초 연방 의회의 느린 대체와 대조되는 오리건주 의회의‘친 학생’ 정책을 상세히 소개했다.
오리건주 의회는 주립대학 학생들에게 졸업 후 매달 수입의 3%씩 24년 장기로 갚아나가는 학자금 융자방안을 논의 중이다.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배려 차원의 파격적 법안이라는 평가다. 특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은 졸업 후 수입의 1.5%를 갚도록 한다.
‘선행으로 나누고 나중에 갚기’ 정도로 해석되는 이 융자 프로그램(Pay it Forward, Pay it Back)은 주정부에서 일정기금을 조성하고 이곳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이자로 학자금을 빌려둔다. 학생들은 졸업 후 자신의 수입에서 3%(커뮤니티 칼리지는 1.5%)를 떼어내 24년에 걸쳐 되갚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융자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도 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정부가 시드머니로 90억달러를 조성해야 한다.
오리건 주상원은 1일 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준비할 ‘준비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미 한 주 전 하원에서 가결된 이 법안은 위원회가 프로그램의 타당성과 기금 조성방법 등의 계획을 세우고 2015년 의회에서 논의 후 표결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상원 교육위원회장이자 이번 법안은 발의한 마크 하스 주상원의원(민주당)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대학 공부를 마치고 또 빚에 허덕이며 인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등서도 관심
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워싱턴주의 비영리단체인 ‘경제기회연구소’가 구상한 것으로 워싱턴주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뉴욕, 버몬트, 펜실베니아주 의회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법제화를 위한 시동을 건 주 의회는 오리건이 처음이다.
연구소 측은 “만약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모든 고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보험기구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고등교육을 위한 공공기금은 급격히 줄어들고 등록금은 인상되고 있으며 학생 총 부채는 최근 1조달러를 넘어서는 등의 사회적 문제를 떠안고 있다. 이로 인해 각 주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 의회가 연방 정부 지원 스태포드 융자 이자율의 자동 인상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지난 1일부터 정부 학생융자의 이자율이 6.8%로 두 배 뛰어올랐다.
오리건주가 세운 이 프로그램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재학생들도 수입의 일부를 기금에 되갚아야 하며 금액은 학년에 따라 다르게 결정되도록 했다.
물론 실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소재 투자전문 회사인 ‘업스타트’의 데이브 기라운드 대표는 졸업 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학생들이 이자를 내는 일반 학자금 융자회사에서 돈을 빌려 쓴 다음 졸업 후 빨리 갚아버릴 생각으로 기금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오리건의 이같은 계획은 자칫 실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정부 기금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주로 일을 열심히 하기 싫어하고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버는 학생들로만 채워진다면 프로그램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금조성이 문제
초당적 비영리 싱크탱크인 ‘공공정책 오리건 센터’의 제이슨 제텔 정책분석가는 의회에서 이 프로그램이 자체 기금을 조성해 운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0~2011학년도 오리건의 주립대학 신입생은 총 2만1,000명으로 이들이 내는 등록금은 무려 1억7,100만달러나 되는 것으로 그는 집계했다. 따라서 향후 2034~2034학년도까지 24년 동안 학생들이 되갚는 돈이 90억달러에 달하므로 계획대로라면 24년 후에는 자체 기금이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2010년 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은 졸업 후 첫해 평균 800달러를 되갚을 것으로 예상된다.
졸업생들은 수입이 늘어나면서 20년 후에는 되갚는 금액이 약 2,000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20년이면 그들이 빌려 쓴 돈을 충분히 되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나머지 4년 동안은 약 7,400달러를 더 내면서 기금에 보탬을 주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느냐에 따라서 어떤 학생은 더 낼 수도 있고 덜 낼 수도 있다.
포틀랜드 주립대 학생들이 제안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포틀랜드 주립대학 학생들이 주의원들을 만나 제시한 것이다. 이를 제시했던 학생 중 트레이시 깁스는 지금처럼 중압감을 갖고 갚아가야 하는 학자금 융자 부채에서 벗어나 집도 사고 미래 은퇴기금도 조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깁스는 “과거 미국이 잘 나갈 때 부모세대들이 누렸던 기회가 우리에게도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 재학생들의 12학점 기준 등록금은 2,125달러이며 오리건 거주 학생이 아닌 경우는 6,181달러다. 현재 대학생 평균 학자금 융자 부채는 3만5,200달러다.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