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믿음과 신뢰는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세상 살아가기가 얼마나 불편해지는지 모른다. 불편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고생문이 훤히 열린다.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믿지 못할 때 발생되는 문제는 심각하다. 불신이 쌓이다 보면 결국 갈라서는 지경까지도 간다.
믿음은 일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쌍방적이다. 자식이 부모의 속을 썩여도 부모가 그 자식을 믿을 때엔 일방적 믿음이다. “저렇게 방황할 때도 있지.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 올꺼야!” 자식은 돌아온다. 믿음이 100%였을 때다. 자식을 믿는 부모의 믿음은 원웨이(One Way:돌아온다)지 투웨이(Two Way:돌아올까 아닐까)가 아니다.
어느 딸 가진 엄마가 있었다. 공부 잘하고 착하기만 하던 딸이 사춘기에 들어서자 방황하기 시작했다.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더니 결국 학교도 가지 않고 당구장 등으로 돌았다. 딸은 실망시키는 일만 했다. 그래도 엄마는 믿었다. 딸을 믿는 엄마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2-3년 정도의 방황의 시기를 거친 딸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딸은 시집가서 아주 잘 산다. 만약, 딸이 방황하고 있었을 때 엄마가 딸을 믿어주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말(딸을 나쁘게 말하는)만 믿었더라면 딸은 그대로 막가는 생으로 갔을 수도 있었다. 딸은 지금도 말한다. “엄마가 자기를 믿어주는 그 믿음이 지금의 자기를 있게 했다”고. 성경 속 탕자의 비유도 아버지의 믿음이 아들을 살린다.
“언제고 돌아올 것”이라는 부모의 자식을 향한 믿음이 있어야 자식들은 잠깐 곁길로 가다가도 다시 돌아와 성공의 가도를 달린다. 에디슨의 어머니가 초등학교에서 계속 따돌림을 당하던 아들을 믿고 집에서 가르쳤기에 그는 세기의 발명왕까지 될 수 있었다. 부모의 이런 믿음은 종교적 맹목적 믿음과도 통한다. 과학적으론 설명이 불가하다.
신뢰는 다르다. 친구 간엔 신뢰가 성립된다. 은행과 고객 사이에도 신뢰지 믿음은 아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마찬가지. 요즘 대한민국 박근혜정부가 ‘신뢰 프로세스’란 정책을 쓰는데 이것도 남한과 북한과의 쌍방관계에서 되는 거지 일방적으론 될 수 없다. 3.8선이 갈린 이래 언제나 남한의 뒤통수만 쳐왔던 북한은 신뢰지수가 제로(0)%다.
남한 정부가 북한에 바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믿는 밝은 미래를 열어보자는 뜻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제창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재가동을 위한 회담에서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북한이 다시는 뒤통수를 치지 못하게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없다 이거다.
쌍방적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무수한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게 쌍방 간의 신뢰다. 은행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잘 갚는가를 살핀다. 기일 내에 딱딱 갚아 거래한지가 수십 년 됐다면 은행은 별 담보 없이도 한도액내의 큰돈을 또 빌려 줄 수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엔 이런 쌍방간 신뢰가 반드시 필요로 한다.
신뢰를 쌓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 한 순간이다. 99번 약속을 지키다 단 한 번 약속을 어겨 신뢰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신뢰는 쌍방간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자 의무다. 부부사이의 신뢰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간 후 더욱 견고해 진다. 큰 신뢰가 쌓이면 작은 허물들은 덮어갈 수 있다.
성경중 하나님(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떠나라!”했을 때 그는 떠난다.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쳐라!”했을 때 제물로 바친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신에 대한 일방, 맹목적 믿음이다. 믿음은 순종을 낳는다. 아브라함의 순종은 그를 기독교에선 믿음의 조상으로 일컬어지게 했고 그의 씨(믿음의 후손들)는 바다의 모래처럼 많아졌다.
자식을 못 믿는가. 부모가 자신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자식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온 그 딸의 케이스. 딸은 엄마를 100% 신뢰했단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북한이 뒤통수를 치지 않아야 된다. 일방적 믿음의 결과는 종교를 있게 하고 종교는 사람들을 더 좋은 삶으로 인도한다. 인간과 신(神)간의 믿음과 신뢰가 있는 곳이 바로 천국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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