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 출산비용 3만7,341달러 ‘세계 최고’ 왜
▶ 자연분만 3만달러·제왕절개 5만달러 들어 패키지 방식 쓰는 선진국들과 달라 기현상 출산 후엔 보험 커버 안돼 1~2일 내에 퇴원
미국에서 아이 한 명을 낳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선진국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병원을 찾을 때마다 돈덩어리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선진국으로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출산비용을 양산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한 의료전문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에서 아이 한 명을 낳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3만7,341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비용은 산모가 가입한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비용까지 포함한 액수다.
이에 따라 해마다 400만명에 달하는 신생아가 태어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줄잡아 5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산모와 신생아에게 훨씬 더 나은 출산 관련 의료 서비스를 주고 있는데도 출산비용은 오히려 미국이 가장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기현상은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출산 관련 의료비용을 패키지 형식으로 한데 묶어 계산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출산 관련 절차를 세분화해 각각의 의료서비스에 적지 않은 비용을 물리고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전문대학원 공중보건연구소의 제라드 앤더슨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아이를 갖게 되면 출산까지의 과정에 필요한 각각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의 출산비용이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4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에서의 출산비용은 50% 가까이 올랐다.
자연분만 출산비용은 49%, 제왕절개 출산비용은 41%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산모가 직접 내야 하는 비용은 무려 4배 정도 늘었다.
이 때문에 임신에서부터 출산 이후 신생아 치료에 이르는 제반 출산 관련 비용은 자연분만은 평균 3만달러, 제왕절개를 통한 출산비용은 평균 5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용은 보험회사가 지불하는 비용을 포함한 것이다. 보험회사는 자연분만의 경우 평균 1만8,329달러, 제왕절개는 평균 2만7,866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에 가입한 산모라도 가욋돈으로 지불하는 비용은 한 명당 적어도 평균 3,400달러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년 전에는 산모가 개인병실이나 TV가 딸린 입원실을 사용하지 않으면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비용 상승이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출산 관련 의료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무료 또는 염가로 제공된다. 미래 세대를 국가나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공공병원에서 출산하면 전액 공짜다. 자연분만을 기준으로 스위스에서 필요한 비용은 4,039달러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3,541달러, 뉴질랜드는 2,386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평균 9,775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는 출산 직후 산모가 산후조리를 위해 병원에 머무는 기간이 1주일 가량에 이른다. 이 기간에 산모는 모유 수유 등의 교육까지 받는다.
하지만 미국은 출산 후 하루 이틀이 지나면 대부분 산모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퇴원해야 한다. 이후 비용은 보험회사에서 전혀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비용이 미국만 유독 비싼 이유는 임신부 의료비가 각 항목별로 청구되는데 있다. 이 항목별 가격은 싼 것이 하나도 없다.. 20년 전만해도 병원비는 한꺼번에 청구됐었다.
예를 들어 분만실 비용만도 세분화돼 분만용 욕조, 수천달러에 달하는 준특실 사용비 등등 모두 따로 계산된다. 분만전 단순 혈액형 조사비 20달러, 월그린에서 사면 2달러59센트하는 탯줄 소독약값 20달러 등등 새로운 테스트 비용이 이것저것 추가되면서 예전에는 없었던 의료비가 금방 수백달러로 불어난다.
또 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오피스에서 초음파검사를 시술하면서 고정 진료비에 포함시켰던 것이 요즘은 초음파 검사비를 별도로 받거나 아예 훨씬 비싼 방사선 전문의에게 넘겨지는 경우도 많다.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선진국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임산부를 위한 산부인과 검사는 고정비용에 모두 포함돼 별도로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산부가 침을 맞고 싶다면 별도의 비용 청구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고 수중 분만을 원할 경우에도 역시 별도의 비용 청구가 되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의 유아 또는 임산부 사망률은 선진국 최고 수준으로 웃돌고 있다. 물론 각종 검사비용이 비싸 가난하거나 이들 검사비용을 충분하게 지불해 줄 수 없는 보험을 가진 임신부들이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선진국에서 돈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해 사망률이 높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다가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이 높아져 고령의 산모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덩달아 높아지는 것도 의료비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곤 한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출산비용이 실제 산부인과 의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25%에 불과하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산부가 출산 때까지 방문 횟수와는 관계없이 고정금액으로 받는데 비싸면 8,000달러(맨해튼)에서 적게는 4,000달러 이하(덴버)까지 다양하다.
한편 미국 산모들의 30%는 제왕절개를 하거나 약물에 의한 유도분만으로 출산, 기타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것도 출산비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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