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돼 사회에 나오게 되면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직장을 중심으로 해 돌아간다. 직장을 통해 커리어를 가꾸어 나가고,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도 채워 나간다. 게다가 직장은 시간의 절대적인 부분을 할애해야 하는 공간이다. 근무 외에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하루의 절반을 직장생활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어떤 직장생활을 하느냐는 우리들의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장생활의 만족은 전반적인 삶의 만족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직장 부적응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된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만족감은 전반적인 삶의 행복과 결코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다. 그저 직장을 돈 버는 곳 정도로 여긴다 해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수준은 이것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별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코넬대 연구팀은 수년간 84개국에서 오고간 240만개의 문자메시지를 분석했다. ‘행복한’ ‘열광적인’ ‘멋진’ 등의 긍정적인 단어와 ‘슬픈’ ‘걱정스러운’ ‘두려운’ 등 부정적인 단어가 하루 중 언제 트위터에 많이 사용되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주말이며 이런 행복감은 출근해 일을 시작할 때부터 뚝 떨어졌다가 퇴근 후 늦은 저녁부터 다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에 이어 자정에 가장 행복감을 느꼈고 하루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부터 불안, 죄책감,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이 급속히 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은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거기에다 처리해야 할 과중한 업무와 혹독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행복감을 맛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인 심리분석 전문가인 앤 크리머는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경제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병들고 있다”며 이런 병리현상은 직장으로까지 번져 직장생활에 좌절하는 미국인들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밝힌다.
지난 주 발표된 갤럽여론조사에서 미국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꼴로 현재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점심제공과 운동시설 같은 베니핏 보다는, 존경할만한 상사가 있는지와 성장가능성 같은 요소가 직장 만족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에서의 불만족과 불행감은 ‘회사 우울증’이라 불리는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육체적 문제까지 유발시킨다. 혹독한 상사, 나쁜 윗사람이 사내불화와 이직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은 플로리다 주립대 경영학과 조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 더구나 나쁜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건강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상사가 적임자가 못된다고 생각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25% 이상 더 높은 것으로 10년 동안 실시된 한 추적조사에서 밝혀졌다.
불교에서 말하는 여덟 가지 고통, 즉 팔고(八苦) 가운데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다. 애별리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고, 원증회고는 미운 사람과 만나는 고통이다. 둘 가운데 더 힘든 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미운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 고통이라는 게 고승들의 가르침이다. 못된 상사나 얄미운 동료 때문에 고통 받는 직장인들이라면 곧바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할만한 뾰족한 수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직장을 떠나거나 미운 사람 입장에 서서 그를 되도록 이해하려 노력하며 견디는 수밖에. 술자리 등 자기만의 감정의 배출구를 만들어 그때그때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크리머는 “직원들의 감정 문제는 회사가 먼저 알아서 해결에 나서 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직장 내에서 어떤 상사, 그리고 어떤 동료들을 만나는가 하는 것은 출근길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당신이 존경할만한 상사, 그리고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해 주는 동료와 일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큰 행운이고 축복이다.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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