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 한인은행의 현재와 미래 (5)
미래의 한인금융권이 릴레이션십 뱅킹을 하는 10억달러 이하의 소형은행들과 트랜잭셔널 뱅킹위주의 리져널 은행 수준의 중형은행들과의 2중 구조가 된 이후에는, 본국의 대형은행들과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본국의 주요 대형은행들과의 여러 형태의 연계도 앞으로 한인은행들이 커가면서 트랜잭셔널 뱅킹의 영업패턴이 짙어지면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자산규모 3-4천억달러가 넘는 대형은행들은 그동안 국내경쟁 위주의 영업의 결과로, 글로벌뱅킹에서는 수준이 낮은 정도가 아니라, 신한과 우리를 제외한 다른 대형은행에서는 아예 없다.
실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정도가 현지 법인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번 분석한 대로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릴레이션십 뱅킹 수준이다. 대형은행의 규모의 경제는 못 살리면서 도리어 취약한 릴레이션십 뱅킹위주의 영업을 해오니 현지 소형 한인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본국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행하고, 여러해 트랜잭셔널 뱅킹에 경험을 가진 엘리트 뱅커들이 줄을 이은 이들 대형은행들은, 현지 한인은행들이 중형은행 사이즈가 되고 트랜잭셔널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부터는 경쟁환경이 180도 달라진다. 경쟁이나 또다른 업무제휴나 합병 가능성에서 제대로 된 게임이 되는 것이다.
릴레이션십 뱅킹에서 밀릴 수밖에 없던 한국의 대형은행들의 현지점포들에게 트랜잭셔널 뱅킹이 되는 미래에선 새로운 환경이 너무나 편하게 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멕킨지같은 세계수준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짜놓은 한국 대형은행들의 IT 시스템들은, 어제 서울에서 LA로 부임해온 엘리트 행원 A에게 금방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부여한다.
트랜잭셔널 뱅킹의 장점은 그 비즈니스 환경이 서울이든 LA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상품화할 수 있다는데 있다. LA 현지은행의 오래된 지점장에게 릴레이션십 뱅킹에서 밀리던 엘리트 A는 이제 트랜잭셔널 뱅킹의 전문가로서 도착 다음날부터 미주 현지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파생상품을 파는 일이란 게 서울과 미국에서 파는 방법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역금융 전문가는 어디엘 가나 전문가인 것이다.
미주 한인은행들이 중형수준으로 커진 다음에는, 한국의 대형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게임의 수준부터가 다르게 된다. 규모의 경제란 건 무자비하게 경제성을 따르기 때문이다. 대형은행들의 금융상품 창조와 판매는 그 코스트와 업무방식에서 현지의 중형은행들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이 되기 전에 현지은행들은 사이즈가 주는 의미 때문에 어떤 은행들과 하건 M&A 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래의 M&A는 그럼 어떤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한국의 은행들이 현지은행들을 통째로 합병하는 모델은 필패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성공하기 힘들다. 한국의 대형은행들은 트랜잭셔널 뱅킹수준이 되더라도, 미국 현지에서 영업을 잘 할 수는 있으나, 직접 경영을 할 능력이 없다.
한국의 대형은행들이 15%, 20% 현지 커가는 한인은행들에 투자를 하고, 은행 경영은 현지의 인재들과 주류사회 경영진들에게 맡기는 방법이 아니고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리고 실질적인 업무제휴를, 지금까지의 알맹이 없는 형태가 아닌 실질적으로 해야한다. 한국의 트랜잭셔널 뱅킹 전문가들을 영업에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주 현지 은행인사들이 본국은행들과 M&A 협상과정에서 보인 매끈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고, 경륜없는 행태 등으로 본국에서 미주 현지 한인이사에 대한 신용이 바닥에 떨어져서, 앞으로 이곳 은행이사회에서 본국 은행들과의 협상이 무척 어려울 것이다. 본국과 협상에서 한인이사들이 보여준 사례들이 미주한인은행 이사회의 믿음성과 품격을 (현지은행 한 곳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시킨 전례들이 있어서다.
이곳에서 서울이 믿고 협상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들이 나서지 않고는, 딜 자체가 성사되기 힘들도록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본국은행들과의 협상과정에서 주당 몇 푼이라도 더 받으려 이들이 애를 쓴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큰 딜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뱅커로서의 경륜과 품격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현실을 미주 한인은행 이사들은 앞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대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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