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 논설위원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하면 수단이 그 뒤를 따르게 된다. 목적과 수단은 바늘과 실처럼 같이 다니게 되나 동질의 것은 아니다. 목적이 결과라면 수단은 과정이 된다. 목적은 분명한 데 수단이 잘못됐을 때 따라오는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이 되어야 하나.
우리네 삶을 보면 사는 것의 목적과 수단이 도치(바뀐)돼 버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조차도 모를 때가 있다. 행복이 목적이 아니라 돈이 목적이 됐을 때의 결과는 비참, 그 자체일 수 있다. 돈은 엄연한 수단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필요한 거지 돈이 있어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돈이 너무 많아 불행해지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아는 사람 중에 아주 고가의 자가용을 산 사람이 있다. 10만 달러가 넘는 승용차다. 보기에 너무 좋다. 고가의 차라 그런지 다른 차들 보다도 더 뻔쩍뻔쩍 빛이 나는 것 같다. 그 차를 타고 다니는 주인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다. 하긴, 능력이 없는 사람이 그런 차를 타고 다닐 수가 없겠지. 자동차를 자랑한다. 아주 편하고 좋다 한다.
문제가 생겼다. 타고 다닐 때는 좋다. 그런데 모임이 있어 자동차를 몰고 나왔을 때 식당에서건 어디서건 주차하는 데 보통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다. 발레 파킹을 못시킨다. 주차요원이 자동차에 흠이라도 생기게 할까봐. 모임엔 관심이 없다. 신경은 자동차에만 가 있다. 수단이 돼야 할 자동차가 목적이 되어 버린 케이스다.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이 사람도 새 자동차를 샀다. 괜찮은 차였다. 이 사람 역시 새 차를 샀으니 신경을 쓰긴 마찬가지였다. “자동차가 뭐 길래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나”며 고민하던 중 자동차 바디 접촉사고가 났다. 사고 후 접촉사고 부문을 그대로 둔 채 그냥 타고 다닌다. 그러니 마음이 편하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고 한다.
삶의 목적은 분명코 행복에 맞추어져야 한다. 나머지는 수단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목적인 행복은 수단인 과정에 관계없이도 행복해 질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과정인 수단이 정당하지 않았다면 목적인 행복도 불행이 될 수 있다. 돈이 많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행복도 따라온다. 행복은 만족이니까. 그러나 그 돈이 검은돈이라면?
사람들에게 마약을 유통하거나 팔아서 만든 많은 돈으로 행복을 샀다면 그 행복은 진정한 행복인가. 아니다. 그런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행복한 것 같지만 속은 불안의 연속이다. 언제 어디서 마약사범으로 발각돼 검거될지 모르니 그 마음이 진정 행복하다 할 수 있겠나. 행복은 외양이 아니라 전적, 마음에 달려 있다.
강이 하나 있다. 건너는 다리는 없다. 강을 건너기 위해선 배가 있어야 한다. 이 때 목적은 강을 건너는 것이고 목적을 이루는 수단은 배가 된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강을 건넜으니 목적이 이루어졌다. 그러면 수단이었던 배는 강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고맙다고, 그 배를 강에 놔두지 못하고 가져가려 한다. 목적과 수단의 혼돈이다.
이렇듯 현실은 수단과 목적이 혼돈되거나 뒤바뀌어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든다. 자동차는 배와 같이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은 될 수 없다. 그런데 자동차같이 생명력도 없는 물질이 목적이 되어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많나. 가치의 타락이요 철학의 빈곤이다. 돈도 마찬가지. 수단이 되어야 정상이다.
사랑. 사랑이 목적이 아니고 섹스가 목적이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섹스 자체는 쾌락을 위한 목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사랑을 위한 목적은 될 수 없다. 쾌락은 잠깐이다. 사랑 없이 섹스로 결합돼 결혼까진 했으나 얼마 못가 헤어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수단과 목적이 도치된 상황이다.
자동차, 보여주려고 사는 게 아니라 타고 다니려는 게 목적이다. 행복이 목적이 되어야지 돈이 목적이 되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정당화된 수단과 목적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 사랑이 목적이어야 행복한 부부가 된다. 수단과 목적을 혼돈하지 않는 사람이 지혜롭다. 자동차는 교통수단에 불과한데, 자동차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야 하겠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