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은행의 현재와 미래 (4)
▶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미래의 한인금융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 것인가.
주류뱅킹의 자료들에 비추어 한인금융을 보면, 미래의 한인금융권은 완전히 2중적인 금융시장의 모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라인에서는, 리레이션십 뱅킹을 하는 10억달러 이하 자산을 가진 소형은행들과, 중형으로 커진 소수의 은행들이 같은 지역에서 지금보다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뱅킹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예측에 대한 논리는 FRB와 FDIC의 자료들이 뒷받침한다. FRB의 M&A 자료들을 보면, M&A 광풍으로 불렸던 1990년대를 포함하더라도, 새로운 소규모은행들이 생기는 비율과 은행들의 M&A로 인한 집중현상의 비율이 거의 균형을 이룬다. 한인은행들이 앞으로는 소수의 중형은행 몇 군데로 집중되리라는 일부의 예측은, 실제 금융당국들의 자료에 따르면, 현실화할 확률이 거의 없다. 앞으로도 자기들만의 특화된 시장틈새 (niche)를 가진 새로운 소형 한인은행들이 계속 탄생할 거라는 예측을 하도록 미 금융자료들이 확신을 주는 것이다.
커진 한인은행들은 어떤 모양이 될까. 그동안 특별했던 한인사회와의 밀착된 관계는 끝이 난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 이들 은행들이 여전히 한인은행들인가?여기에 대한 대답은 대형은행들의 역사가 제공한다. BoA도 이태리인 이민사회의 커뮤니티 은행이었다. 계속된 M&A로 지금의 대형은행이 된 것이다.
커진 은행들은 한인은행으로 남을 수 없다. 금융영업상 그러기도 힘들지만, 대출이나 인사문제등에서 한인직원이나 고객에게 특혜나 편향된 조치들을 했다가는 법적으로 큰일이 난다.
다른 큰 문제가 있다. 주류금융계에서 검증된 경영자를 찾기도 무척 어렵고, 이사회 멤버들 중 한인사회를 이해하고 영어를 주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인재들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직 제대로 중형은행들이 된 은행도 전무한 현재에도 이미 겪는 인재난을 보라. 이 문제는 한인금융의 근본적 약점으로 계속 우리 한인사회를 괴롭힐 것이다.
또 새로운 위험은, 그동안 소수민족의 커뮤니티 은행의 릴레이션십 뱅킹 위주 금융으로 된 구조이기 때문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주류의 큰 은행들에게 M&A 타겟으로 이들 트랜잭셔널 뱅크로 커진 한인은행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몇십년이나, 아니면 10여년 안에, 이들 은행들은 색깔 없는 리져널 은행들이 되는 과정이 반복되리라 보면 된다.
중국계 이스트웨스트 은행(EWB)이 커가는 한인은행들의 성장 모델이 되는가.
우선 해답을 드리면, 가능성이 거의 제로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보지 못하는 금융시장이 중국은행인 그들에게는 있다. 아직 수준은 높지 않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시장과 중국 본토에서 흘러나오는 도피성 투기성 자금들이 엄청나게 있다. 한인커뮤니티에 없는 이런 현상의 영향력은, IMF 위기가 왔을 때 우리 현지 한인은행들에 들어온 한국으로부터의 예금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은 이해한다. 그러나 중국 동부해안지대 (상해중심)의 폭등한 부동산시장을 바탕으로한 중국은행들의 잠재적으로 취약한 여신 포트폴리오를 걱정하는 중국 경제통들은, 중국의 성장이 주춤하면 현실로 다가올 은행자산의 버블이 터질 때 예상되는 파도를 은행들이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를 정치적 불안요소 못지않게 걱정한다. 이런 리스크들을 EWB도 언젠가 멀지않은 장래에 위기관리체제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엄청난 중국인들의 인구와 보수적인 중국인들의 경제관념도 한인은행들이 모델로 삼기에는 다른 환경으로 판단이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거의 주택시장에서 50% 다운을 하고 집을 산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위기에 대처하는 금융리스크 관리에서도, 높은 부채율에 의존한 진취적 성향의 한인과 보수적인 중국인 사회의 환경은 근본적으로 너무 다르다. 거기에 EWB 은행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이 설 기초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본국에서 한국의 은행들의 글로벌 전략 얘기가 나왔을 때 나왔던 산탄데르은행 모델이 왜 얘기가 안 되는가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스패니시를 쓰는 중남미의 광대한 시장을 가진 스페인의 은행이 쓰는 모델을 소수민족인 한국은행들이 답습하는 것의 오류가 너무나 분명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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