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고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 백성 없는 나라, 나라 없는 백성은 있을 수 없다. 백성이 없는 나라는 나라의 구실을 할 수 없고 나라가 없는 백성은 식민지 노예밖에는 될 수 없다. 군대가 필요한 것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함이요 백성은 군대를 위해 세금을 바쳐야 함은 당연하다. 군이 나라를 지키기 때문이다.
나라 없는 설움을 가진 대한민국.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다. 36년의 식민지시대 동안 수많은 백성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때엔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한 민족 한 겨레였다. 오로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두가 하나였다. 연합군에 의해 해방이 되고 한반도 백성은 나라를 되찾았다.
1950년 6월25일. 일요일.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4시. 한반도 북위 38도선 이북을 점유하고 있던 조선인민군은 소비에트(소련)가 지원한 전차(242대)를 앞세워 38선을 넘어 남침했다. 오전 9시 개성을 통과해 동두천과 포천 함락. 26일 오후 의정부 함락. 27일 미아리방어선 붕괴. 28일 한강다리가 폭파되고 이후 서울이 곧 함락 당했다.
6.25사변, 6.25전쟁, 조선전쟁, 잊혀진 전쟁이라도 불리우는 6.25는 북에선 소련과 중공군이 남에선 한국군과 UN16개연합군이 대치해 정전이 체결된 1953년7월27일까지 치러졌다. 6.25희생자만 해도 한국이 군·민 포함해 52만2604명 사망, 94만408명 부상, 43만5468명이 실종돼 총계가 189만8480명이다. 북한은 총 사상자 332만여 명이다.
또 연합군중 미군은 3만6940명 전사, 9만2134명 부상, 4737명 실종, 4439명 포로 등 총계가 13만8250명이 희생자다. 영국 등 연합군의 전사자는 2725명, 부상자는 8123명 실종자는 363명, 포로가 1343명 등이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런 희생의 대가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한반도는 두 동강이가 돼 으르렁 원수지간이다.
1970년-1973년, 육군 사병으로 복무한 적이 있다. 훈련소를 마친 후 간 곳은 최전방으로 대성산과 적근산, 오성산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38선 부근의 철원지역 산악지대였다. 6개월간은 민간인을 한명도 구경할 수 없는 기간도 있었다. 6.25전에 태어나긴 했어도 6.25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이 군에 들어가 어떻게 38선을 지켰는지 모른다.
김신조(지금은 목사)를 비롯한 남파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급습 하러 온 것이 1968년 1월17일이다. 그래서 70년대만 해도 군기는 대단했다. 이등병으로 배치된 날부터 상병이 될 때까지 수없이 궁둥이에 매(국방을 위해?)를 맞았다. 주번당직 장교로부터 정강이를 맞은 상처는 훈장인 냥 지워지지 않고 남아 군인이었을 때를 연상시킨다.
눈이 허리까지 찬 철책에서 눈보라를 무릅쓰고 주야로 38선을 지키던 전우들이 생각난다. 수색조에 파견돼 비무장지대 수색에 나섰다가 지뢰를 밟고 제대 수개월을 앞두고 전사한 전우도 생각난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그제나 지금이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고 있나. 그런데 아이러니가, 적인 북쪽이 같은 민족과 형제들이다.
얼마 전, 일촉즉발로 6.25의 재탕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일어나진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남과 북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 남·북간 대화가 열리려 했으나 무산됐다. 참, 대단한 민족이다. 어떻게 이런 민족이 세상에 다 있을까. 6.25가 발발한 지 63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회갑이 넘었는데도 불통이다.
이젠 정말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 평화적 통일을 추구해야 할 때가 아니던가. 아직도 북은 3대로 세습된 체제유지를 위해, 남은 포용부족으로 인해 6.25의 묵은 때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양보가 없다. 하긴, 양보하단 모든 게 날아가 버릴 수도 있으니 그럴 게다. 매년 6.25가 되면 미군참전용사들이 공원 등에 설치된 참전용사비 앞에 모여 6.25를 상기한다. 점점 숫자가 줄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들이 남한을 지켜주었는데.
6.25뿐만 아니라 원인과 결과가 어떻든 전쟁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세계 각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전쟁이란 지구에 종말이 오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전쟁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6.25전쟁, 63년이 되는 날이 돌아온다. 6.25로 인해 죽어간 영령들을 추모하고 그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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