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 한인은행의 현재와 미래 (3)
주류사회 뱅킹의 역사를 보면, 일부 큰 한인은행들이 지향하듯이, 과거 지역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릴레이션십(Relationship) 뱅킹 전략으로 성장해온 소형은행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비이자 부문 수수료 위주의 수익창출로 영업의 중심을 옮겨가는 트랜잭셔널(transactional) 뱅킹을 목표로 하는 리져널 (regional) 은행들이 되어간다. 대형은행들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는 리스크가 많다. 한인은행들처럼 특수한 사정을 가진 지역사회 바탕의 소형은행들이 중형은행으로 커가는 과정에서의 역사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이들의 과거 배경들이 워낙 달라서, 미래의 뱅킹에 대한 적절한 모델을 찾기 힘들다. 그동안 많이 거론된 중국계 이스트웨스트 뱅크(East West Bank)는 한인은행들이 모델로 할 은행이 아니다.
그럼 커가는 은행들은 어떤 과정을 밟아 가는가.
커가는 은행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하는 압력이 점점 많아져서 자산규모를 자꾸 키워가야 한다. 대출 포트폴리오를 늘리면서, 또 새로운 영역(보험, 리스, 투자금융 등)에 진출해서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하는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M&A로 몸통도 계속 불리려 한다. 한인은행들의 LA와 뉴욕 집중성향으로, 같은 한인은행을 합병하려는 유혹이 크다. 한인은행들에게만 국한된 성향도 아니다. 실제 미 연방준비은행(FRB) 자료를 보면, 미 전체의 M&A 중에서 90% 이상이 같은 주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새로운 영역인 보험, 리스, 투자금융 등에 진출해서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하는 필요란 것이 그 과정에서 엄청난 리스크를 동반한다. 한인은행계엔 없는 100억 달러 자산대의 중형은행들의 많은 수가, 중형은행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수익률의 감소를 보여왔다. 새로운 법적, 재정적인 요소와 관료적이 되어가는 조직의 문제 등 전에는 없던 문제들도 닥쳐온다. FDIC 자료들을 보면,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가장 큰 요인이 커가는 사이즈다.
M&A 이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가장 큰 문제는 M&A 이후에 온다. 첫째, 합병의 장점을 살리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FDIC 자료를 보면 제대로 해온 은행 숫자들은 적다. 직원들을 내보내고, 겹치는 지점들을 폐쇄하고, 각기 다른 조직문화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융합시키고 하는 게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M&A를 자꾸 하게 된다. 그래야 당분간은 구조조정의 어려운 문제들을 덮어놓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달아 M&A를 하다가 새로운 경영팀을 꾸려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경우를 보면, 그들 은행에 공통되는 것이 높은 수익성이다.
수익성이 좋으면 구조조정 등 합병 이후의 문제해결에 성공하는 것이다. 수익성이 곧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합병주체였던 은행이 다른 은행에게 도리어 합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형 지역은행이었을 땐 쉬웠던 소프트 정보(객관적으로 증명되기 전의 귀중한 고객과 시장에 관한 신선한 정보) 수집과 이용에서의 장점도 은행이 커가면서 사라진다. 커가는 과정에서 맞춤형 서비스들도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어 진다. 안정된 수준을 보이던 순이자마진이 상대적으로 전체 수입 중에서 줄어들고, 커가는 은행들은 자산과 부채관리에서 점점 이들을 상품처럼 관리해야하는 필요가 생긴다. 비이자 수입들이 유동성 관리영업, 무역금융서비스, 공급과정 연관 비즈니스, 투자금융 서비스등에서 창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커지는 은행들은, 여신영업도 이젠 대출들을 묶어서 증권화해서 수수료수입을 올려야하고 전체수입 중에서 비이자 부문 수익이 주수입원이 되어야한다.
커가는 은행들이 치중해야하는 트랜잭셔널 뱅킹은 규모의 경제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비즈니스다. 신용도 점수제에 의존해야하고, 대출의 증권화라는 자체가 대형화 할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리스크 조정후의 영업수익도 비교적 좋아진다. 그래서 커가는 은행들은 여기에 더욱 주력하게 된다. 여신에 기대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커가는 은행들의 수익 트렌드는 점차 안정적인 면을 잃어가는 위험이 있다.
FRB 자료를 보면, 대형은행들의 수익커브가 소형의 대출치중은행들보다 불안정하다. 안정적인 순이자마진에 의존하는 소형은행들은 그래서 이런 비이자 수익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것이 너무 타산이 맞지 않는다. 오직 큰 은행들의 게임으로 생각하고, 아예 소형은행들은 릴레이션십 뱅킹에 치중하는 것이 투자한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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