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6월에는 뉴욕 곳곳에서 음식 축제가 열린다. 지난주에도 유서 깊은 음식축제들이 맨하탄에서 열렸다. 테이스트 오브 타임스스퀘어(Taste of Times square)에서는 햄버거로 유명한 조 알렌을 비롯 50곳의 식당이 참석하여 갖가지 맛을 보여주었는데 접시당 2~5달러, 티켓을 사면 1달러다.또 바비큐 시즌인 지금, 메디슨스퀘어팍에서 열린 빅애플 바비큐 블럭파티에는 육질이 좋기로 유명한 텍사스, 켄터키 등 미 전역에서 유명한 바비큐 식당들이 참여했다. 요즘 워낙 소고기와 돼지고기값이 비싸지만 보통 접시당 9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눈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처럼 큰 유혹도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먹는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맛있는 것을 먹으면 현재 처한 불행을 잊게 하고 불만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에너지를 준다. 수년 전에는 사우스스트릿 시포트에서 열린 푸드 트럭 축제에 참여했었다. 뉴욕 시 전역의 유명 푸드 트럭들이 모여 다양한 먹거리를 선사했는데 한인운영 푸드 트럭인 코릴라 바비큐, 김치타코도 있었다. 사람들이 트럭마다 줄지어 서있어 눈으로만 실컷 음식들을 구경하다가 선택한 것이 가장 줄이 짧은 트럭에서 파는 이태리 아이스크림이었다.
지난 4일에는 퇴근 후에 집근처에 있는 이스트 리버 옆 갠트리 주립공원에서 열리는 테이스트 오브 LIC 행사에 갔다. 출렁이는 강물 건너 바로 앞에 맨하탄 빌딩가는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강변에 쳐진 하얀 텐트 안에는 인근 지역 레스토랑 50곳이 참여하여 음식 시식회를 열었다.
버팔로 윙, 푸딩, 피자, 샌드위치, 디저트, 맥주와 와인까지 완벽하게, 공짜로, 손을 내미는 대로 각 식당 파견직원들이 음식과 술을 나눠주었다. 황혼이 지는 강변에서 편한 차림으로 산책하는 동네사람들에게 자신의 식당에 밥 먹으러 오라고 소개하는 이 행사는 무더운 여름 열기를 식히고 저녁 한 끼를 잘 먹여 주었다.
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에서도 드디어 한국음식 축제가 열린다. 오는 15일 플러싱 먹자골목상인번영회 주최로 제1회 먹자골목 아시안 축제가 149스트릿과 41애비뉴 선상에서 개최되는데 한식당들이 불고기와 파전, 갈비, 꼬치구이를 소개하고 초대형 비빔밥 시식행사가 있을 예정이라 한다.
이 동네는 이민 초창기부터 12년을 산 곳이다. 그 당시, 이번에 부스가 마련되는 제과점 자리에는 세븐 일레븐이 있어 늦은밤 갓난아기 우유가 떨어지면 사러갔었고 지금도 있는 비디오 가게는 초창기 멤버로 등록된 곳이며 상록회는 80세 시어머니가 시민권 시험공부를 하러 노트 들고 오가던 곳이다.또 할머니 순대를 사러 민속집으로, 삼계탕을 먹으러 솔바우식당으로, 맨하탄행 기차를 타러 머레이힐역으로 걸어가던 그곳은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로 여러모로 살기 편한 곳이었다.
그런데 2002년 들어 먹자골목이 형성되며 한국식당들이 50여곳으로 늘어나고 저녁마다 손님들이 몰려들면서 점점 주차하기가 힘들어졌다. 아이들이 커서 넓은 공간도 필요하고 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지만 플러싱에 가는 날, 그 동네를 지나게 되면 속속들이 지난날들이 기억나는 애틋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축제가 열린다니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갈비, 해장국, 칡냉면, 순대 등 향토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시식하게 하는 음식축제인지, 한국문화 및 아시안 문화를 보여주는 이벤트 위주 축제인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품판매 행사인지 아직 안 열려서 모르겠지만 뉴욕타임스도 소개한 먹자골목이라는 용어를 더욱 알리는 행사라 기대가 크다.
타민족 커뮤니티도 동참하여 주류사회에도 널리 알려지는 ‘먹자골목’ 행사가 되려면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행사가 끝나고도 저녁 늦게까지 고성방가에, 술 취한 한국말 소리가 시끄럽다면 한국문화와 말을 모르는 타인종들은 얼마나 짜증과 화가 날 것인가.
한식이나 한국문화 소개에는 매너도 포함된다. 행사 후 부스와 거리 청소를 깔끔하게 하여 동네사람들에게 내년에도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이번 토요일 오후에는 초창기 이민의 묵은 정이 깃든 먹자골목에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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