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 한인은행의 현재와 미래 (2)
LA를 터전으로 한 현지 한인은행들이 그동안 어떻게 한국 대형은행들의 현지 점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수 있었나를 분석하다 보면, 커뮤니티 뱅크들의 기본속성을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 한인은행들은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틈새(niche)를 미주의 한인동포사회에서 찾았다. 미국의 커뮤니티 은행들이 영업전략의 중심으로 보는 릴레이션십 뱅킹(Relationship Banking)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쉽다.
한국의 주요은행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행한 후 여러 해 동안 대형 상업은행의 여러 부문에서 좋은 업적을 쌓고 검증된 금융인 엘리트 뱅커 A와 LA 현지에서 채용된 후 여러 해 동안 미주 한인 비즈니스들과 관련을 맺은 현지은행 지점장 B를 비교해보자.
이곳 미주한인 비즈니스들이 필요로 하는 비교적 단순한 예금 대출위주의 영업에서, 치열한 정신으로 이민생활에서 살아남으려는 한인비즈니스들의 이해관계를 잘 알고, 심지어 그들의 자녀들의 혼사 일까지 챙겨 꽃을 보내는 B와, 금방 서울에서 와서 현지 사정도 잘 모르는 A 와의 릴레이션십 뱅킹에서의 경쟁은 시작하기도 전에 판가름이 나버린다. 몇 년이 지나고 현지 사정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A는 순환근무의 질서가 잡혀있는 본국 인사부의 발령으로 여의도 지점으로 가고, 다시 또 엘리트 행원 A2가 그 자리를 잇는 것이다.
한국의 주요은행들이 글로벌 뱅킹 전략을 스마트하게 새로 짜고, 각기 글로벌은행을 따로 설립해서 글로벌 뱅킹 전문가들을 한군데에 모아놓고, 앞으로 글로벌은행 행장이 따로 나올 수 있는 시절이 오기 전에는, 미주 현지 한인은행들은 릴레이션십 뱅킹에서 항상 경쟁이 쉬울 것이다. 한국에서 온 금융기관들의 대형조직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관료주의도 간과할 수 없는 현지은행들의 비교우위를 지켜주는 셈이 되었다.
앞으로 중형사이즈의 더 큰 한인은행들이 나온 뒤에도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인가? 중형사이즈가 되면서부터는 트랜잭셔널 뱅킹(Transactional Banking)의 내용 때문에 경쟁이 달라진다. 이 문제는 나중 따로 자세히 말씀드릴 것이다.
그럼 미국의 금융감독 환경은 한인금융에 어떤 영향을 주어왔나.
은행들의 집중현상으로 소규모 비즈니스들에게 여신을 주로 제공하는 소형은행들의 흡수합병, 경쟁에서의 고전 등으로 소형은행들이 살아남을까 걱정하던 미국 금융감독 당국들도 미주 한인은행들의 영업에 호의적으로 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소수계인 아시안 비즈니스가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문제 등으로 주류 은행들에서 필요한 여신 공여를 못 받는 것을 염려하던 금융당국들도 그동안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중심한 서부지역을 관장하는 금융감독기구들의 소수민족 금융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뉴욕을 중심한 동부지역의 금융환경보다 훨씬 깊은 것도 실제 이들을 계속 10년 동안 대해온 필자의 직접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다음 한인은행들의 성공요인으로는, 소유권을 가진 소수의 은행이사들의 집요한 경영참여도 플러스의 요인으로 작용한 면이 많다고 인정해야 한다.
경영학 행태론에서 얘기하는 에이전시 문제들(agency problems 소유자들이 아닌 경영전문가들의 이기적인 행동들로 인한 문제들)을 이들 소유이사들이 극복한 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한인미디어에서 여러 번 부정적으로 집중조명했던 소유이사들의 금융전문성 결여와 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그들의 전횡도, 소형의 50억 달러도 안 되는 자산규모의 커뮤니티 은행들에서는 문제가 별로 안 된다고 주류은행들 자료들이 확증해주고 있다.
주류은행들도 이사회에 소유이사들이 많고, 한인사회에서 보듯이 문제도 있지만, 그들이 공헌하는 플러스 요인을 압도할만한 부작용은 없었다. 그리고 예대출 위주의 단순한 지역뱅킹에서는, 감독관청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하고는,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의 필요가 절실하지 않다. 별로 신빙성 없고, 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 분석 따지는 것보다는, 그 대출신청자의 지역사회에서의 신용도를 잘 알고 있는 소유이사들의 비공식 정보가 실질적으로 더 요긴하게 생각되는 때도 많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 현지에서 잘 교육받은 금융인력(특히 여성들)이 풍부했다는 것도 릴레이션십 뱅킹을 해온 한인은행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되었다. 이는 한인사회가 갖고 있는 저력이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인력이 있을지는 보장이 없다. 릴레이션십 뱅킹에서 트랜잭셔널 뱅킹으로 넘어가는 중형은행들에게는 이 장점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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