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몇 년 전 장애우들 그리고 장애우들의 부모·가족과 함께 산을 오른 적이 있다. 자원봉사자들까지 합해 약 70여명이 같이 산을 올랐다. 아주 가파른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장애우들에겐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 산행이었다. 보통 3시간이면 오르내리는 거리였지만 6시간 이상 걸렸으나 아무 사고 없이 등산과 하산을 한 것 같다.
장애우들은 오랜만에 가져보는 산행이었는지 너무나 좋아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은 오르고 내리는 동안 휠체어 앞과 옆과 뒤에선 함께 한 부모와 형제 또는 자원봉사자들이 밀고 당기며 산엘 올랐고 내려왔다. 특히 장애우를 둔 엄마와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자식을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감할 수 있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창일(22)씨와 어머니 최영미(53)씨, 자폐증을 앓고 있는 김동현(19)군과 아버지 김성재(46)씨. 이들은 ‘장애인히말라야원정대’에 선발돼 5월20일부터 14박15일 일정으로 네팔 히말라야 산맥의 고쿄정상(해발5,357m)에 도전한다. 한국의 기업 (주)수레가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기획으로 마련된 일정이다.
수레의 이갑주대표는 “2009년부터 혜은학교(장애인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내 삶을 반성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기도 했다”며 “장애학생들에게 거친 세상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이 일을 계획했다”고 밝힌다. 일반인들도 오르기 힘든 히말라야를 장애인들이 오른다니 대단하다.
기자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의외로 장애우 자녀를 둔 가정이 종종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로는 인구 10분의 1이 장애인이다. 장애우를 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애우인 자녀들이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소망하고 있다. 그들도 똑같은 인격체인데 사람들의 눈은 그들을 그렇게 보지 않고 가엾게 보는데, 그게 아니라 한다.
장애우를 불쌍하게 보는 그 자체가 이미 차별이라 한다. 장애인이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경우도 있고 또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 케이스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이들은 일반인들과 똑같은 인격체로 인간대접을 받아야만 한다. 일반인과 장애우 사이엔 그 어떤 차별이나 구별도 혹은 등급도 있어서는 안 되며 두어서도 안 된다.
장애인의 달은 4월이고 지난지도 달포나 되었는데 웬 장애인 얘기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달은 1년 열두 달 일 수 있다. 그것은 진정 우리들이 정상인의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지와 정신이 멀쩡한데도 늘 불만족과 부정적인 시각으로 하루하루를 산다면 그게 바로 장애인이기에 그렇다.
마음의 장애인. 그게 더 큰 장애인이다. 마음에 심어진 장애가 있는 한 1년이 아니라 평생을 장애의 달로 삼아 살아야 할 게다. 마음의 장애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비교의식을 없애면 된다.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조그만 일이란 ‘오늘 살아 숨 쉬고 있음’도 포함된다. 지금, 현재를 즐겁다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사람들이 잘 하는 비교의식 중의 하나다. 눈치와 체면이다. 할 일 많은 세상에 왜 눈치와 체면을 보고 살아가나. 당당하게 살아가라.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자신과 용기를 갖고 살아가라. 비교의식도 위에 것을 쫓아가려 하는 건 괜찮으나 위에 것을 끌어내리려 하는 건 생산성이 없다. 눈치와 체면. 이런 게 마음과 정신의 장애다.
<장자>의 ‘덕충부(德充符)’편에 이런 말이 있다. “내면의 덕이 뛰어나면 외형 따위는 잊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잊어야 할 외형의 것은 잊지 않고 잊어서는 안 될 내면의 덕에 대한 것은 잊고 산다”고. 장주는 ‘덕충부’에서 절름발이, 꼽추에 언청이인 인기지리무신(闉跂支離無脤)이라도 덕을 갖추어 기쁨을 주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산을 함께 올랐던 장애우들.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겠지. 장애인으로 히말라야 등반을 하게 되는 두 장애우들. 도전에 성공하길 바라며 모든 장애인에게 자신감을 성취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장애는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마음과 정신이다. 꼽추 인기지리무신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듯이 눈치, 체면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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