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교육계가 교사들의 시험성적 조작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지난달에는 애틀랜타 교육감을 오래 지냈던 유명 교육자와 수십명의 교사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의 답안지를 조직적으로 조작해 온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교육감에게는 중범죄자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공갈’혐의가 적용됐다. 교사들을 위협해 성적을 조작하도록 하고 올라간 성적의 대가로 거액의 보너스를 챙겨온 것이다.
애틀랜타 교육계 비리가 터지자 미국 공교육 개혁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칭송 받아온 워싱턴 DC 학교들의 시험성적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개혁을 이끌었던 한국계 미셸 리 전 교육감은 유수 언론들에 의해 집중 조명을 받는 등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성적을 학교 및 교사 평가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이 개혁안은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워싱턴 DC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추이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건전한 가치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교육계까지 경쟁과 보상이라는 신자유주의 사조에 물들어 타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생소했던 인센티브라는 단어가 이제는 일상어가 돼 버렸다.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 그리고 교육계에 이르기까지 인센티브를 통해 생산성을 올리고 성과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 됐다.
인센티브가 꼭 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적인 인센티브 외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같은 도덕적 인센티브도 존재한다. 일에 따르는 보람과 다른 이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싶다는 욕구 등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위법과 일탈은 이런 두 가지 인센티브 사이의 균형이 경제적인 쪽으로 너무 기울면서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경제적 이득의 유혹이 도덕적 억지력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시험성적이 곧 자신에 대한 능력평가와 거액의 보너스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교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기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어느 직업인들보다도 깨끗해야 할 것 같은 교사들이라고 해서 인센티브의 함정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전반적 사회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특히 주변의 동료교사 누군가가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면 양심의 가책은 무디어진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조차 간혹 이런 옳지 않은 행위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인센티브에는 양면성이 있다.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코넬대 법대 린 스타우트 교수는 인센티브를 ‘다이나마이트’에 비유한다. 유용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는 말이다. 성과와 연계된 인센티브는 근본적으로 유혹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교사들 경우처럼 성적을 조작하거나 운동선수들이 금지약물에 의존해 성적을 올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적극적 속임수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하면서 인센티브를 챙기는 ‘태업’도 흔하다. 1990년대 세계 육상계를 주름잡았던 위대한 장대높이뛰기 선수 세르게이 부브카는 세계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거액의 보너스를 받았다.
그런데 당시 부브카의 기록을 보면 1센티미터 단위로 기록을 경신한 경우가 많았다. 기록경신과 인센티브가 맞물리자 능력껏 뛰기보다는 경신회수를 늘려 보너스를 더 챙기려 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선 지급 인센티브라 할 수 있는 장기 대박계약을 터뜨린 후 거의 예외 없이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성과급 인센티브가 단순노동에는 큰 효과가 있지만 복잡한 전문직에서는 생산성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대기업 CEO들은 거액의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지만 이런 보상이 기업의 건설적 성장에 기여한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과도한 인센티브는 CEO들의 강박과 욕심을 자극해 시장 확대보다 구조조정을 통해 손쉽게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왜곡된 경영방식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비주류 경제학자인 팀 하포드는 “페덱스 소포들의 경로는 추적할 수 있지만 배달원이 고객들을 항상 미소로 대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인센티브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시험 결과는 숫자로 표시되지만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교사의 말 한마디가 지닌 가치는 성적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일의 성과를 수치로 환산하려는 인센티브 만능주의는 그래서 불완전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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