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의 성향-부모의 고려-교사 조언 등 두루 참고 성장하면서 스스로 선택하게 긍정적으로 유도
악기 선택의 왕도는 없다. 클래식 계통의 악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통기타도 자녀가 좋아한다면 가르치는 것이 좋다. 해리 김씨가 딸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의 기초이므로 미리 배워두면 음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비 뮤직 스튜디오의 김소연 원장이 초등학생에게 피아노를 교습하고 있다.
자녀의 나이에 맞는 악기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자녀가 어떤 악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음악적인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악기를 강요하면 음악교육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적어진다. 왜냐하면 자발성과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기를 선택할 때는 자녀의 성향과 부모의 고려, 혹은 지도 교사의 조언이 함께 어우러져 신중한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음악을 좋아하는 자녀는 성장하면서 스스로 악기를 선택하고 혹은 변경을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처음부터 시간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음악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에게 맞는 악기를 찾아주는 것만큼 큰 즐거움은 없다. 자녀의 취향과 선택하는 악기가 맞을 때 음악교육의 절반은 성공하는 셈이다.
■나이를 먼저 고려한다
자녀가 5세 이하이면 악기별로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베이비 아인슈타인’ 비디오를 보여주거나 ‘모차르트 효과’ CD 시리즈를 들려주면서, 음악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아이가 태어나서 5세가 되기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듣는 음악은 대부분 대중음악이나 상업음악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편안하고 친숙한 클래식 명곡을 들려줌으로써 음악 감상의 균형을 맞춰 주어야 한다.
정진식 음악박사는 “유튜브에서 악기별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가 어떤 악기에 관심을 갖는지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5세 이하의 어린 나이에 음악이 관심이 없다가도 초·중·고생이 되면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다. 초조하게 자녀의 등을 떠민다거나 부모가 좋아한다고 해서 억지로 음악교육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물론 음악을 시작하는 것이 반드시 자율적으로 자녀의 선택에만 맡기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녀에게 적합한 악기를 고른다
피아노, 바이얼린, 첼로 등이 대표적으로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는 악기들이다.
바이얼린은 크고 작은 사이즈가 다양하게 있어 어릴 때부터 배우기가 용이하다. 기타 같은 악기 역시 작은 사이즈도 있기 때문에 자녀가 좋아하면 추천해 본다. 바이얼린의 경우 음을 맞추고 활을 쓰는 것을 배우면 비올라나 더블 베이스를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의 기초이다. 피아노 커리큘럼은 음악이론을 비롯한 음악의 기초를 튼튼히 잡아줄 수 있게 되어 있다. 피아노를 기본적으로 습득하고 다른 악기를 배운다면 매우 효과적이다. 한인타운에서 10여년 이상 바이얼린을 교습하고 있는 이영주씨는 “바이얼린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한 학생에 적당하며 다른 악기보다 끈기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비 뮤직 스튜디오(IVY Music Studio)의 김소연 원장은 “피아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음악과 많은 것을 표현해낼 수 있는 악기이므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표현력이 많은 아이에게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악기와 체형의 관계를 살펴보면 손이 너무 작을 경우 성인용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손이 크면 만돌린이나 피콜로를 연주하는데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자녀의 체격과 신체적 특징이 악기와 잘 맞는지 학교 밴드룸이나 악기점에서 악기를 직접 만지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자녀가 자신의 성향과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악기에 대한 환상이나 상상력에 빠져 자신이 연주하기에 적당치 않은 악기를 고집할 때는 이를 교정해 줄 필요도 있다. 때로는 자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이러한 부조화를 극복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자녀에게 적합한 악기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악기도 경험하도록 기회를 준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학교 밴드부나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된다. 이때는 체형이 커지고 체력도 강해지면서 현악기뿐만 아니라 관악기도 다룰 수 있게 된다. 트럼본이나 색서폰, 클라리넷 등은 너무 어린 자녀가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어린 자녀의 체격과 연주하는 악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지 맞춰보는 것이 좋다.
악기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자녀들은 비록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봤을 때 쿨하게 느껴지는 악기를 선택하길 원하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 자녀들은 클래식 음악과 바이얼린, 첼로 같은 현악기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통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를 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단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유도하면 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 토크쇼에서 색서폰을 멋있게 부는 것을 보면서 이 악기를 불어보고 싶은 청소년이나 성인도 있었을 것이다. 악기는 평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에 따라 취향이 달라 질 수 있어 그때 그때에 맞춰서 새로운 악기를 배워보는 것도 좋다.
■악기 소리를 좋아하느냐가 관건
악기의 소리가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 만약에 자녀가 오보에의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보에를 연주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트럼핏 소리를 좋아하지 않으면 당연히 트럼핏을 연주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가 좋아하는 소리의 악기를 고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소리에 친숙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악기에 금방 싫증을 내거나 아니면 적대감까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피해야 할 경우는 밴드부나 합주부에 꼭 필요한 악기인데 연주하는 학생이 없어서 지정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바순이나 프렌치혼 같은 악기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합주대장이나 교사가 고민 끝에 악기를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정으로 악기가 학생의 취향과 일치하는 지 고민하고 선택을 권유할 필요가 있다.
정 트리오 엄마의 자녀 적성 파악법
세계적인 음악가족 정명훈, 정명화, 정경화의 정 트리오를 키워낸 배경에는 고 이원숙 여사의 억척스러움, 치밀함, 자상함, 지혜가 있었다.
이 여사는 정명훈이 두 살 때부터 발레, 노래까지 다 해보다가 결국 피아노와 지휘를 하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렸다. 또한 정명화가 바이얼린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자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한 기념으로 첼로를 선물해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만들었다. 정경화에게도 4세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피아노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자 6세 때 바이얼린으로 바꿨는데 그녀 자신이 즐겁고 편한 느낌을 갖게 되어 결국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정명소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지나치게 연습에 매달리는 바람에 손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 의논 끝에 플풋으로 악기를 바꾸었다.
세계적인 음악 가족이 탄생한 데에는 이처럼 이원숙 여사가 자녀 스스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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