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된 박근혜대통령이 5일 미국을 방문한다. 방문 목적은 한·미 정상회담이다. 케네디 공항으로 먼저 오게 일정을 잡은 박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뉴욕에 내린다. 뉴욕과 인근 지역의 동포들과의 만찬을 갖고 워싱턴으로 이동해 정상회담을 끝내고 L.A.를 방문해 동포들을 만난 후 귀국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일종의 관례 행사다. 대한민국에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을 방문하여 양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리고 미국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한다. 수순이다. 대통령의 워싱턴방문은 백악관이 있으니 그렇고 뉴욕과 L.A.를 방문하는 것은 목적이 있음에 분명하다.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한인들에게 감사와 격려 차원의 방문이 아닐까.
대통령이 동포들을 대하는 만남의 자리는 좋다. 한인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해외동포들을 위한 정책을 그런대로 국정에 반영할 수도 있겠으니 그렇다. 그러나 총영사관에서 주관하는 만찬이 문제다. 모두들 가까이서 대통령 얼굴 한 번 보려 줄줄이 기대하고 있는데 제한된 인원에 맞추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초청에서 제외된다.
제외된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왜? 저 사람은 초대됐는데 나는 초대하지 않냐!” 영사관의 입장도 난처한 건 당연하다.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초대할 수 있나.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은, 왜 꼭 대통령을 만나 눈으로 확인하고 악수를 해야만 하나. 한국 방송만 틀면 날마다 보는 얼굴인데. 영상으로 보면 안 되나.
박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관례에 속하지만 아주 중요한 이슈를 갖고 있다. 먼저 북한의 핵도발을 어떻게 저지하느냐에 따른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진지하게 논하는 자리가 되기에 그렇다.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직결된다. 아니 북의 핵이 미국 영토인 괌까지도 미사일을 타고 날아올 수 있으니 미국의 본토 안전과도 관계가 된다.
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관련 논의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정부가 미국연방정부측의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1956년서명·1773년발효)”한 것을 어떻게 개정하냐이다. 3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르다. 북한의 핵도발을 막기 위해선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만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원자력협정 10조2항이다. “생산된 특수핵물질은 원자무기의 제조, 또는 원자무기의 연구 또는 개발, 또는 군사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지 아니하도록 한다.” 그동안 한국에 불리하게만 적용돼 왔던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과 더불어 원자력협정도 한국에 불리하게 적용돼 한국은 미국의 동의와 허락 없이는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돼있다.
여론은 한국이 마치 미국의 종속국인양 돼 있는 이런 조항들을 개정해 한국의 자주권을 행사해야 함을 지향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도 이 점을 강조하고 한국도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무기개발국가가 되어야 함을 주지시키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대통령이 발효한 이 협정을 과연 그의 딸인 박근혜대통령이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궁금해진다.
지난달 24일 한·미 양국은 원자력협정 만료시한을 2년 더 연장했다. 하지만 개정 협상은 계속 진행된다. 박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정 만료 전에 확실히 선을 그어, 한국도 핵연료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수 있도록 다짐을 받아놓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계속해서 한국은 미국에 의존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되는 불평등이 계속된다.
미국은 한국의 은혜로운 동반자다. 미국이 없었다면 한국은 6.25남침 후 완전히 공산화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지금의 한국이 있을 수 있나. 없다. 그러니 미국의 은혜를 배반하거나 등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도 어른이 되어있다. 미국의 간섭을 받아야 할 나이는 이미 지났으니 미국도 한국을 어른으로 대해주어야만 한다.
한인동포들. 대통령 얼굴 가까이서 못보고 악수 한 번 못했다고 너무 아쉬워들 하지말자. 한국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만 틀면 아침저녁으로 매일 볼 수 있는 얼굴이니까.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진정으로 환영한다. 미국과 더불어 한반도와 나아가 세계평화와 안전과 번영을 함께 논의하는 알차고 귀한 정상회담 자리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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