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2000년 남북생성협력 사업으로 조성된 개성공단이 잠정폐쇄 상태에 들어가면서 입주해있던 남측의 123개 한국중소기업이 돌아왔다. 지난 27일부터 짐을 하나라도 더 가져오려고 운반차량보다 큰 짐보따리를 지붕 가득 싣고 돌아오는 모습들은 ‘저 끈이나 봉지가 풀어져 사고가 나면 어쩌나’하는 아슬아슬한 위태로움과 ‘개성 대탈출’이란 영화의 포스터를 보는 듯한 당혹감을 주었다.공단 주재원 700여명에 내려진 전원 철수 조치에 집으로 오는 길이다. 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난 기쁨과 안도감, 동시에 실직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중이라 지난 2008년 관광객 피습사망으로 인해 전면중단 된 금강산 관광 같은 일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국지전, 이란, 이라크, 소말리아, 수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과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든 이념전쟁과 종교전쟁, 내란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이나 내전 뉴스를 보면서 아테나의 전쟁인지, 아레스가 벌이는 싸움인지를 판단할 때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은 아테나와 아레스 두 명이다. 아테나는 평화를 수호하는 진정한 용기의 신인데 반해 아레스는 옳고 그름을 문제시 하지 않은 공포와 전투의 신이다. 하지만 정의이든 불의이든 전쟁은 전쟁이고, 참혹한 죽음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군인들은 총탄이 불을 뿜는 전장에서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집으로 가는 날을 꿈꾸게 된다.
전쟁이 끝난 뒤 10년간을 오매불망 집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 인물로 오디세우스란 영웅이 있다.고대그리스 시절,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내 10년간에 걸친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Odysseus)가 트로이 멸망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겪는 10년간의 모험을 다룬 글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y)가 있다.
이 글에 의하면 오디세우스가 이끄는 선단은 트로이를 떠난 직후 바람에 휩쓸려 사나운 키콘족이 사는 섬에 상륙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그 다음엔 모든 것을 망각하게 하는 식물인 로터스를 먹는 자들이 사는 섬에 도달한다. 로터스를 먹은 부하들은 고향과 가족을 잊어버리고 안주하려 한다. 오디세우스는 다시 외눈박이 거인이 사는 섬에 도착하나 기지를 발휘하여 도망치고 다시 바람의 신이 사는 섬, 식인종이 사는 섬, 마녀가 사는 섬을 지나 세상의 서쪽 끝에 있는 저승 입구로 가서 예언가의 영혼을 만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상의한다.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한 후 잡아먹는 괴물 사이렌이 사는 섬도 지혜롭게 지나고 머리가 여섯이고 발이 열두 개인 괴물도 만나며 온갖 고초를 다 겪는다. 급기야 오디세우스에게 반한 바다의 요정 카립소에게 붙들려 7년이나 섬에서 지나면서 늘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대는 그를 보다 못한 여신 아테나가 중재에 나서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소를 먹지 말라는 신의 말을 거역한 부하로 인해 신의 노여움을 사서 풍랑이 일고 결국 부하와 배,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집으로 오게된다.
트로이전쟁 10년과 지중해 전 지역을 방랑하여 고향에 오는데 걸린 10년, 20년동안 그를 기다려온 아내 페넬로페(Penelope, 영어에서 정숙한 아내의 대명사)와 고향땅 이타카에서 재회한다.
괴물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모험기인 오디세이아는 지금도 재미있게 읽히며 이국이나 객지에 나가 살면서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고전이 되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다. 어머니날, 스승의 날, 어버이날, 초중고 대학의 졸업식 등등 가족이 모여드는 날이 많은 달이다. 타주에서, 한국에서 어버이를 보러오고 유학간 자녀의 졸업식을 보러온다.
바로 옆에서 총탄이 날고 불길이 치솟아야 전쟁터인가, 생존경쟁을 위해 물고 물어뜯는 이 사회가 바로 전장이다.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신은 아테나인지 아레스인지 잘 모르지만 결국 우리가 돌아갈 곳은 집이다. 집은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며 힘들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오해나 미움으로 헤어져있던 사람도 집으로 오는 길을 찾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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