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화로 난폭하게 치닫고 있는 아베 신조의 일본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망언을 늘어놓더니 이제는 재무장을 통한 군국주의 부활까지 꿈꾸는 흉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베의 역사 역주행에 대해 ‘일본의 나치화’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나치즘과 파시즘 같은 전체주의는 사회의 불안과 증오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 나치정권은 1치 대전 후 독일사회에 만연했던 불안을 토양으로 해 자란 독버섯이었다.
일본사회는 지난 몇 년 사이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더불어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민심이 흔들리고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극우 아베 정권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극우세력이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구사하는 전략은 간단하다. 한편으로 불안수준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달래줄 구호와 상징물을 던져주는 것이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들에게 사회경제적 불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면서 위대한 아리안 민족의 영광 재현을 국가목표로 앞세웠다. 일본이 지금 취하고 있는 태도 역시 이런 우경화 전략의 전형이다. 외부로는 한국, 중국 등과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도발해 불안과 증오를 부추기면서 과거 일본의 영광을 되찾자고 국민들을 호도·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때그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이중적이면서도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아베 신조는 2007년 총리를 지낼 당시만 해도 우파적 성향은 강했지만 지금처럼 막가파는 아니었다. 물론 일본 위안부 결의안이 연방 의회에 상정되자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결의안 통과를 적극 방해했지만 말이다. 그가 극우화 폭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국내여론이 달라졌다는 판단과 계산에 따른 행동이다.
일본인들에 대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른바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인사치레)가 그것이다. 이런 이중성을 정정이 불안하고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봉건사회를 거치면서 생존을 위해 형성된 일본인 특유의 기질로 보는 분석이 유력하다. 기원이야 어찌됐던 일본인들의 겉모습만 보고 신뢰를 보냈던 사람들이 속내를 알고 당황과 배신감을 느끼는 일이 많다.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분석한 고전 ‘국화와 칼’을 쓴 루스 베네딕트는 이중성을 일본인들의 특징으로 봤다. 그런 이중성의 대표적인 예로 어떤 군대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다가도 일단 포로로 잡히면 더 할 수 없이 협조적으로 변하는 일본 군인들의 태도를 들었다. 항복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죽창을 들고 결사항전을 외치다가 천황의 항복방송을 듣자마자 미군을 열렬히 환영하는 인파로 돌변한 것이 일본인들이다.
사실 지금 일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뿌리는 미국이 전후 처리를 단호하게 하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은 종전 후 일본이 보여준 복종적인 겉모습에 깜빡 넘어가 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철저히 묻는데 실패했다.
강한 상대에게는 한 없이 순종적이고 약한 상대에게는 군림하려 드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흔히들 ‘일본군 하사관 멘탈리티’라고 한다. 바로 이런 멘탈리티가 전쟁에서 일본이 보여준 잔혹성과 평화 때의 이중적인 태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그래서 베네딕트는 “일본의 행동 동기는 기본적으로 기회주의적”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일본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베네딕트의 한 줄 진단으로 모두 설명이 된다. 시대를 뛰어 넘는 한 인류학자의 통찰력이 놀라울 뿐이다.
일본의 우경화에 국제사회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웃국가들의 비판에는 오불관언이던 아베지만 미국이 강하게 나오자 조금 움찔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속성으로 볼 때 그들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것은 자신보다 더 강하다고 느끼는 상대로부터의 압력과 위협뿐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이 설사 일시적으로 정신 차린다 해도 우경화 사이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또 자신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표정과 태도를 바꾸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일본사회의 DNA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이 경제대국은 될 수 있을지언정 존경받는 국가는 되기 힘든 것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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