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딸에게 ‘문신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오바마는 24일 NBC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와 아내 미셸이 말리아와 샤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만일 너희들이 문신을 할 생각이라면 엄마나 나도 너희들이 문신을 한 자리에 똑같은 것을 새기겠다. 그리고 유튜브에 이를 공개하고는 ‘가족 문신’이라 하겠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두 딸에게 요란스런 문신을 하지 말라는 당부인데 현재 14세, 11세가 된 말리아와 샤샤는 어떤 문신을 하고 싶었을까? 작고 앙징맞은 꽃 한송이일까, 창칼 든 무시무시한 무사일까. 백악관까지 들어간 문신 유행은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나 보다.
바로 전날 서울에서 후배가 와서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문신 이야기를 한 참이었다. 후배는 눈썹과 아이라인에 문신을 했더니 화장할 때 너무 편하다면서 서울로 오면 자신이 강남의 미용실로 데려가서 눈썹 문신을 해주겠다고 했다. 후배는 같이 온 아들한테 더 이상 문신을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면서 명문대학 아이스하키 선수인 아들의 양 어깨에 커다란 문신이 있다고도 했다. 우리 주위에서도 귀에 피어싱을 하거나 작고 예쁜 꽃이나 하트 모양을 귀, 목뒤, 팔과 다리 등에 문신 한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친구는 잠자는 아이의 팔 안쪽에 작고 시커먼 얼룩이 묻어있어 물 묻힌 수건으로 닦아주다 보니 그것은 때나 먼지가 아닌 성경 한 줄이 새겨진 문신이었다고 한다.이 날, 아이라인 문신이 잘못되어 파란색으로 변했다는 친구 이야기도 했고 강남의 문신 가격, 문신은 홀수로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왜 홀수일까? 땅은 음, 하늘은 양, 홀수는 양의 숫자이고 짝수는 음의 숫자이다. 땅 위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려면 홀수가 좋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홀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람도 땅위에 사니 음양의 조화를 위해 문신도 홀수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이나 문신이라고 하지 사회적인 유행이 되면서 타투(Tattoo)라고 부른 지도 오래 되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유행이 된 문신은 태국에서는 힘, 성공, 재물을 뜻하고 일본 오사카시는 작년 3월 공무원들에게 문신 금지 명령을 내렸고 현재 나이지리아에서는 아랫입술만 핑크색으로 문신하는 것이 유행이다.
한국 TV뉴스에서 웃통 벗고 뒷짐 진 채 일렬로 서있는 조폭 무리의 등, 어깨, 가슴에 새겨진 용, 호랑이, 화살표 하트, ‘차카게 살자’는 문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조폭들은 소속감 또는 남에게 겁을 주기 위해 문신을 했다.
그런데 유명 연예인들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혹은 실제로 다양한 문양이나 글씨를 새긴 문신을 선보이면서 한국은 몇 년 전부터 문신 열풍에 젖어들었다. 젊은 세대들은 문신을 패션 액세서리 정도로 여길 정도고 일반인들은 작고 귀여운 꽃 정도는 애교로 봐 주지만 등과 어깨에 굼실굼실 내려오는 용이나 뱀은 혐오스러워한다.
얼마 전 LA의 한인타운 사우나를 찾은 한국계 유명코미디언 마가렛 조는 양 어깨와 가슴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매니저가 몸을 가운으로 가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고 한다. 입장 거부를 했다면 명백한 차별로 소송감이었다. 아마 그날 그녀로 향하는 불쾌한 시선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여름철이 되면 노출된 피부에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문신은 단 한번의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번 피부 속에 침투된 색소는 여간해서는 지우기가 힘들다. 레이저 시술로 지우기는 하나 흔적은 남기 쉽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한번 잘 못 살면 다시 돌아가기가 힘들다. 가고 싶어도 너무 멀리 왔기 때문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문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한번 선택하면 돌아갈 수 없는 ‘주홍글씨’를 생각했다.
미국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 주인공처럼 가슴에 ‘A’라는 빨간글씨를 달고 살지는 않더라도 과거에 한 일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주홍글씨가 있다. ‘내가 왜 그랬지?’ 한들 그때로 돌아가 만회할 기회가 없다. 먼 훗날 부끄럽지 않으려면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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