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주의 교계를 대표하는 릭 워렌 목사의 막내아들이 지난 6일 자살했다. 워렌은 미국에서 8번째 대형교회의 목사이자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인 만큼 아들의 자살 소식이 주는 충격은 컸다. 27살의 아들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오래 치료를 받아왔었다고 워렌 목사는 밝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 중 가장 큰 것은 자식을 먼저 보내는 슬픔이라고 한다. 너무 참혹해서 참척이라고 부른다. 워렌 목사와 그 가족에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이런 비통한 상황에서도 악성 댓글과 증오 메시지가 밀려들어 가족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아들이) 자살을 했으니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라거나 워렌의 동성애 반대 입장과 관련 “아들이 혹시 동성애자가 아니었을까?”라는 추측 등 무책임한 말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떠돌았다.
인터넷 시대가 몰고 온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악성 댓글이다. 얼굴 드러내지 않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장치를 악용해 온갖 비뚤어진 감정들이 온라인 공간에 분출된다. 하수구가 따로 없다.
대개는 심각한 악의의 표출이라기보다 단순한 감정적 배설행위이지만 당사자가 받는 상처가 너무 커서 사회적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케이스들까지 있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을 할까?” 싶은 경우가 많은 데, 그래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생각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TV 끄기 운동’이 가끔 전개되었다. TV가 우리의 여가시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데 대한 경계였다. 어른이든 아이든 집에 돌아오면 TV부터 켜는 것이 버릇이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TV 앞에서의 수동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화면에 나오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는 데 길이 들다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TV 중독이다.
TV를 일주일에 하루라도 끄고 독서를 하거나 사색을 하자는 운동이 펼쳐졌지만 폭넓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지금은 TV 중독에 비할 바가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카카오톡, 게임 … 이 모두를 담은 스마트폰이 24시간 손안에 있으니 한순간도 심심할 틈이 없다. 요즘 식당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와도 손님들이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음식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넘쳐나는 정보와 자극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 깊이 생각하는 것, 조용히 명상하는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의 휴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시골 호숫가 별장에 가서 일주일간 홀로 지내는 ‘생각 주간’이다. 은퇴하고 자선사업에만 몰두하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MS 회장으로 일할 당시 그는 매년 두 차례 ‘생각’을 위한 은둔 생활을 했다. 전 세계 MS 직원들이 작성한 산더미 같은 보고서를 들고 가서 읽고 분석하고 사업 방향을 정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게이츠는 1980년대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그곳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MS 전략을 구상하고 생각을 정리한 경험에 매료돼 계속 ‘생각 주간’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런 깊은 생각의 시간이 마이크로 소프트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마구 쌓인 정보에 계통을 세워주는 것이 생각 혹은 사색이다.
존재의 계통을 세워주는 것 역시 사색이다. 사색·명상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바로 서도록 영혼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자녀를 키울 때 자주 평원이나 삼림 속에 나가 홀로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는 검색만 있고 사색이 없는 시대이다. 정보는 단편적이고 언어는 경박하며 감정은 얄팍하다. 내용보다 속도가 강조되면서 생각이라는 여과장치는 종종 실종된다. 실생활에서는 생각도 못할 증오의 메시지를 온라인 공간에서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내보는 배경이다. 우리의 삶이 인터넷·기계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 균형이 필요하다. 내 영혼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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