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마거릿 대처가 8일 세상을 떠났다. 대처는 ‘복지병’에 걸린 영국을 치유하고자 국영산업을 민영화 하고 노동자들을 구조조정 해 자기 이름에 ‘주의’(ism)를 붙인 ‘대처리즘’이란 단어를 남긴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이다.
그런데 11년간(1979~1990)간 총리 자리에 있던 대처의 죽음을 두고 찬반의 평가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을 가장 많이 바꾼 선구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대처의 유산은 탐욕과 분열’, 그리고 탄광폐쇄로 일자리를 뺏긴 광부들은 ‘마녀가 죽었다’고 좋아한다.
원래 부음을 접하면 잘 알던, 모르던 사람이던 애도부터 하게 되는데 대처가 숨진 날, 기뻐하고 비판하는 모습이 별로 편하게 보이지 않는다.
대처는 이미 1993년부터 뇌경색과 치매 조짐을 보이다가 2002년 5월부터 의사의 권유로 대중강연을 중단했을 정도로 정신없는 노인네였다. 10년 전부터 종이 호랑이였는데, 뭐 그리 새삼스레 위스키잔을 들고 축하할 일인가.
생시의 대처를 두고 한 말 중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은 ‘칼리굴라의 눈과 마릴린 몬로의 입술’을 가졌다고 말했다. 14년간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란 무엇인지 잘 알던 미테랑은 이웃나라 총리한테 왜 그리 모욕적인 말을 했을까? 왜 하필 칼리굴라(Caligula, 12년 8월31일~41년 1월24일)의 눈과 마릴린 몬로의 입술을 비유로 들었을까.
칼리굴라는 로마의 제3대 황제로 네로와 더불어 폭군으로 유명하다. 24세 7개월때 즉위하여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제정로마의 국방비인 1%의 매상세를 폐지하는 등 화려한 전시행정을 보여줘 국가 재정을 거덜 냈다. 국고가 바닥나자 귀족들을 숙청하여 재산을 몰수했으며 잔악한 독재를 일삼았다. ‘살아서 신이고 죽어서도 신이다’(이때의 신은 기독교의 개념이 아니고 죽은 사람들은 신이 된다고 생각하는 개념)고 외치던 그는 결국 재위 4년만에 부하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여기서 ‘칼리굴라의 눈’이란 국영탄광 20곳을 폐업하고 2만여 명의 탄광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복지 확대와 싸우고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과 세계 냉전을 끝내는데 기여한 대처의 독선과 카리스마를 뜻하는 것 일게다.
그리고 글래머 몸매에 입가의 점, 붉은 입술로 대표되는 마릴린 몬로, 그는 할리웃 최고의 섹시 스타다. 여기에서 마가렛 대처의 전기 영화 ‘철의 여인’을 예로 들어 본다.
메릴 스트립이 대처 역으로 나와 완벽하게 그의 모습을 재현해 내는데 풍성한 올림머리, 짙은 립스틱, 언제나 단정한 맞춤 정장으로 대중을 만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도시 잡화점의 둘째 딸로 태어나 ‘자신을 지키려면 열심히 일하고 두발로 당당하게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정치했다. 새벽 2시 이전에 잠들지 않았고 아침 6시면 반드시 일어나 머리손질을 했고 아무리 잠이 부족해도 대중 앞에 나설 때는 머리 손질과 외모에 신경을 썼다.
1975년 당 대표가 된 후에는 모자와 화려한 액세서리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푸른색 정장으로 보수당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부풀린 머리 스타일로 우아한 차림을 잊지 않았다. 그러니 마릴린 몬로의 입술이란 것은 성적 의미보다는 대처가 남성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다 필요시에는 온화한 여성성을 보여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의 진가는 죽은 후의 평가가 진짜라는 말이 있다. 살아있을 때의 거짓과 아부가 더 이상 필요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죽은 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있다면 평가가 흐려질 수 있다. 가장 바른 평가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 나올 것이다.
한사람이 살다간 자리는 저마다 다르다. 만인에게 칭찬 받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선한 자라도 누군가 한명쯤은 죽은 자에게 서운하고 안 좋은 기억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긴 인생동안 사람들에게 칭찬만 받을까, 때로 욕도 먹고 별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러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마가릿 대처 총리가 걸어온 자리는 크다. 칼리굴라의 눈과 마릴린 몬로의 입술은 지도자의 냉정함과 여성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칭송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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