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에 대해 관대하다. 그래서 자신을 실제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조사를 해 보면 75% 정도가 자신의 운전 실력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다고 대답한다. 기능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다른 이들보다 자신을 더 깨끗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썩 괜찮은 나’라는 셀프 이미지는 자존감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처럼 타인을 평가할 때보다 훨씬 관대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려는 경향은 종종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의 원인이 된다. 여기서 생기는 마음의 갈등을 합리화라는 기제로 해소해 내곤 한다.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기보다 그저 합리화에 대단히 뛰어난 동물이다. 똑같은 일을 다른 이가 저질렀을 때는 스캔들이 되지만 내가 저질렀을 때는 로맨스가 되는 것은 이처럼 마음 속 깊이 똬리를 틀고 있는 합리화 작용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그렇다고 여기고 있는 모습처럼 살아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질서가 잡혀 있고 깨끗할 뿐 아니라 온정이 넘쳐나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위법과 탈법, 속임수가 난무하고 있다.
세금보고 마감일이 다음 주초로 다가왔다. 미국의 세금보고 시스템은 납세자가 스스로의 양심에 의거해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는 개의치 않고 당장 탈세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렇지만 미국 납세자들은 양심적이다. 적어도 납세자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생각만 본다면 그렇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납세자 10명 중 9명꼴로 “탈세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아주 극소수가 은근슬쩍 하는 탈세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연방국세청에 따르면 납세자 의식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크고 작은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이 추산하는 탈세에 따른 세수 누수액은 연간 2,50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 세법에 관한 이해부족에서 탈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의도적인 경우다.
공제액을 과다하게 부풀리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고 자영업자들의 경우 주택에 지출한 돈을 비즈니스 지출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갈등은 별로 없다. “오랫동안 성실납세를 해 왔으니까 이 정도쯤은” “낼만큼 내고 있으니까” 등등 갖다 댈 수 있는 합리화의 핑계는 얼마든 있기 때문이다.
인구센서스 분석 결과를 보면 한인들이 아시안 민족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결과는 한인들에 대한 통념과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실제와도 거리가 있다. 소득탈루 여지가 많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인 비율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납세자가 자신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납세자들은 탈세를 많이 하고 있을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나는 깨끗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형적인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노스이스턴 대학에서 실시된 한 실험은 이것을 제대로 확인시켜 준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컴퓨터로 동전던지기를 해 한쪽이 나오면 10분짜리 쉬운 과제를, 다른 쪽이 나오면 45분짜리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물론 자율적인 것이라 해 놓고 몰래 관찰을 했다. 그랬더니 양심적으로 45분짜리 과제를 수행한 학생은 단 10%에 불과했다. 확률적으로 보면 40% 가량이 동전던지기 결과를 속였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동전던지기 결과를 속인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의 속임수를 보여주고 7단계로 도덕적 수준을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자신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준 반면 다른 학생들은 형편없이 낮게 평가했다. 실험을 주도한 데이빗 디스티노 교수는 “우리는 스스로의 부정직에 대해서조차 정직하지 못한 존재들”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상점에서 수백달러짜리 물건을 슬쩍하는 것과 허위공제 등을 통해 수백달러를 챙기는 행위 간에는 위법성에서 어떤 본질적 차이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탈세는 손쉽게 합리화하면서 다른 이의 잘못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예수의 질책은 인간 밑바탕에 대한 정말 탁월한 관찰이 아닐 수 없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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