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 한동안 대단한 인기였다. ‘닭고기 수프’ 시리즈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1억권 이상이 팔리고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1993년 처음 책이 발간된 지 20년, 따뜻한 ‘수프’로 영혼의 위안을 받았다는 독자들이 계속 늘면서 책 제목은 맥도널드나 코카콜라 같은 유명 브랜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책의 탄생은 쉽지 않았다. 공동 저자인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핸슨은 ‘닭고기 수프’ 발간 아이디어를 들고 출판사들을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한두번도 아니고 자그마치 77번 퇴짜를 맞았다. 지독한 좌절의 경험이었다. “포기해야 할까, 한번 더 시도해봐야 할까”의 갈등을 수십번 겪은 후 78번째 찾아간 출판사에서 마침내 승낙을 받았다.
그 마지막 ‘한번 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말은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다. 끈질긴 도전, 강인한 정신력의 결실이다. 수없이 마신 ‘쓴 잔’의 경험이 필시 사람들의 가슴을 열고 영혼에 다가가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각 대학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 된 이즈음, 많은 학생들이 불합격의 ‘쓴 잔’을 맛보고 있다. 어떤 학생은 명문대에 가지 못해서, 어떤 학생은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해서 … 저마다 원하던 대학은 다르지만 좌절의 아픔은 다르지 않다.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은 대개 열일곱·여덟 평생에 마주친 가장 냉혹한 현실 경험이다. 세상이 마냥 자신을 받아들여 주지만은 않는다는 자각, 실패의 경험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1등’ ‘일류’를 추구하는 요즘 사회에서 ‘실패’는 금기의 단어가 되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같은 말은 언제부터인가 쑥 들어갔다. 부모들은 자녀가 유치원 입학부터 초중고 교육, 대학 진학, 취업 등 인생의 단계 단계마다 한점 실패 없이 달리도록 가능한 모든 안전망을 동원한다. 행여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까 부모들은 노심초사이다.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바닥’이 종종 성공의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다. ‘바닥’은 성공가도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기어이 바닥을 벗어나겠다는 투지, 정신력 단련의 기회이다.
한국 축구의 대명사인 박지성은 ‘바닥’ 경험을 많이 한 선수이다. 내세울 것 없는 외모, 내성적 성격, 게다가 평발 … 축구선수로서 주목을 끌만한 조건이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교 졸업 하면 바로 프로축구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디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대학팀에서도 번번이 퇴짜를 맞다가 우여곡절 끝에 명지 대학팀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월드컵 스타가 되기 전까지 그는 평범한 무명의 선수였다. 내세울 조건이 없었던 만큼 그는 죽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히딩크가 그에게서 본 것은 정신력이었다.
신체조건 면에서 ‘바닥’을 꼽자면 일본의 오토타케 히로타다를 따를 사람이 없다. 몸통만 있을 뿐 팔다리 없이 태어난 그는 그 몸으로 학교도 다니고 운동도 했다.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썼고 어릴 적 꿈인 교사가 되기 위해 2007년에는 교사자격증도 땄다. 그리고는 휠체어를 타고 턱과 어깨 사이에 분필을 끼워 칠판에 글씨를 쓰며 3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제 그는 도쿄도 교육위원으로 내정되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뿐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정신적 자세, 상상하기 어려운 정신력이 이 모두를 가능하게 했다.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면 성공적 삶을 살 수 있게 할까. 행복하고 의미있고 생산적인 삶을 살게 하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일부 교육자들이 근년 학생들의 정신력 혹은 근성 기르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IQ보다 성격이 장기적으로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조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의 명문 사립학교와 빈곤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 표준학력고사 점수를 예측하는 데는 IQ가 좋은 기준이 되지만 학기 전체의 성적을 예측하는 데는 성격이 더 좋은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놀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는 자제력, 한번 하겠다고 결심하면 기어이 해내는 근성 등 정신력의 힘이다.
실패는 아프지만 정신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다. 자녀의 대학 불합격은 어쩌면 축복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정신력을 단단히 다지면 앞으로 무슨 일이 닥쳐도 걱정이 없다. 성공을 위한 닭고기 수프는 실패가 아닐까.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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