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4월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누가 말했던가. 하지만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꽃이 피는 만물 생동의 달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산을 찾아 느꼈던 상쾌한 기분 속엔 4월이 아지랑이와 함께 가져다 준 훈훈한 봄 냄새가 담뿍 담겨 있었다. 가지에 파릇파릇 돋아난 새 잎 몽우리들 하며 한겨울 견뎌온 들풀이 한껏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자연의 법칙은 어김이 없다. 봄이 오는가 하면, 햇볕 뜨겁게 내려 쪼이는 여름이 선뜻 다가오고 여름이 가는 듯싶으면 가을이, 가을이다 싶으면 온 누리를 하얀 눈들로 덥히게 하는 겨울이 온다. L.A.에서 5년 정도 산 적이 있는데 그곳은 겨울이 없고 겨울이 뉴욕의 가을 같다. 그래도 봄과 여름은 있어 봄이면 꽃이 활짝 만개하며 웃음 짓는다.
이렇듯 온 천지가 만물의 생동으로 인해 활개를 치며 새로운 희망으로 피어나고 있는 이 때, 만년설의 얼음장같이 언제 녹을지도 모르게 차갑게 돌아가는 한 곳이 있다. 한반도다. 한반도엔 언제나 봄이 오려나! 하얀 것을 좋아하여 백의민족이라 불리는, 반만년 단일 민족의 비극적 분단은 언제나 끝이 오려나. 언제 하나가 되어 춤추려나.
분단의 끝을 맞아 하나 되어 춤추기는 고사하고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만 같은 한반도의 분위기는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다. 왜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왜 한반도는 평화적 통일로 가깝게 가지 못하고 철천지원수가 되어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 대고 있는 걸까. 본래의 한민족은 이런 민족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 철칙이다. 6.25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희생당했는가. 남북분단으로 인해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아직도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지 못한 채 삼팔선을 경계에 두고 그리워하고 있지 않나. 또 다시 민족상잔의 비극은 절대 재발돼선 안 된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폭삭 망한다. 폭삭하면, 망하는 건 누구고 흥하는 건 누구인가. 망하는 건 남쪽과 북쪽에 사는 우리 민족뿐이다. 흥하는 건 일본을 비롯해 무기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주변의 나라들뿐이다. 전쟁이 재발하면 반만년 유구한 단일민족과 세종대왕이 만들어 반포한 우리만의 한글민족은 또 다른 비극에 처해진다.
전쟁의 비극을 막으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 대포가 아닌 대화만이 전쟁을 피하고 함께 살아갈 길이다.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한다는 상생의 법칙을 중심에 놓고 대화해야 한다. 전쟁의 비극은 나 살고 너 죽고가 아닌, 나도 죽고 너도 죽는 함께 몰살돼 버린다는 데에 있다.
6자회담을 부활시켜야 한다. 남한,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이 여섯 나라의 대표들이 다시 얼굴을 맞대고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진솔한 대화를 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까지도 내다보며 진정성 있는 토의를 해야만 한다. 각 나라의 수장들은 6자회담을 지지하되 남과 북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유엔(UN)은 유엔대로 6자회담 부활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남한은 어린애처럼 놀고 있는 북을 설득시켜야만 한다. 어른이 어린애를 다룰 때, 회초리로만 다루려면 안 된다. 사탕과 회초리, 두 가지로 어린애를 벼르고 얼러야 한다. 말을 훈련시키듯이 당근과 채찍을 함께 해, 북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7,000만명의 한민족이 살아가는 한반도. 남의 기술과 북의 노동력이 합치면 대가는 엄청나다. 그 실례가 개성공단 아니던가. 2004년 12월 개설된 개성공단을 북에서 입경금지를 시켰단다. 공단을 폐쇄할 수순인 것 같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려한단다. 어린아이 같은, 어리석은 발상이다. 북은 스스로 무덤을 파며, 파멸을 자초하고 있다.
비극이다. 북이 핵을 쏘면 남한만 쑥밭이 되겠나. 남한은 가만있나. 이러면 한반도는 다시 허허벌판이 되고 만다. 북이 너무 모른다. 남과 북은 한 민족이다. 상생(相生)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 절대,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너 죽고 나 살기가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사는,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여 평화의 바람이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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