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새 봄이 시작됐다. 한 겨울동안 죽은 듯 움츠렸던 나무들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려 하고 있다. 다시 새 생명이 뿌리로부터 줄기를 타고 올라와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로운 활력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새 봄을 맞이하는 자연과 함께 얼어붙었던 우리네 마음도 활짝 열어 제치고 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봄 처녀 제 오듯이.
매년 봄과 함께 들려오는 첫 번째 소식은 예수의 부활소식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았다는 부활 소식은 절망가운데서도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환희를 안겨준다. 얼마나 좋은 소식인가.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부활의 소식은! 사망과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영생과 영원의 즐거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그 소식.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는 성탄절과 부활절이다. 성탄절은 아기 예수가 이 땅에 탄생한 날이요 부활절은 예수가 이 땅에서 30년의 사생활과 3년의 공생애를 마치고 십자가에 달려 죽은 후 3일만에 다시 부활한 날이다. 이 두 날은 기독교 사상에 가장 핵심적인 신학을 제공한다. 예수의 탄생과 부활은 기독교신앙과 믿음의 중심이 된다.
한 마디로 기독교인 믿음의 바로미터는 3위1체설과 예수의 부활에 있다. 3위1체설은 아버지(하나님), 아들(예수), 성령(보혜사)이 ‘하나’임을 뜻하며 특히 이 부분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로 세상에 태어남을 믿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다. 여기서 하나님(하느님)이란 만물의 처음 창조주이며 지금도 우주와 이 땅과 세계의 주관자가 된다.
부활은 신학적 의미로는 구원이요 다른 의미로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성경적 구원의 의미는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모든 사람들의 죄가 용서받으며, 부활을 믿는 사람들은 거듭나 새 생명이 되어 하나님나라에 들어가 영생한다는 복음적 신학사상이다. 사도바울은 예수의 부활이 없다면 기독교의 신앙과 선교가 모두 헛되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독교적인 의미에선 구원에 의한 새 생명의 탄생이 부활이다. 부활절이 되면 교회에선 계란(달걀)에 색을 칠하여 교인들에게 나누어준다. 무슨 뜻인가. 한 알의 알이 병아리가 되어 계란의 두꺼운 껍질을 깨고 새로운 생명의 모습으로 탄생한다는 변화의 의미가 담겨 있기에 그렇다. 달걀에서 병아리는 완전히 변화된 부활의 모습이다.
예수의 부활은 어느 종교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기독교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신앙이자 믿음이다. 어떻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는 증명이 안 되는 신앙과 마음의 믿음으로만 가능하다. 다른 종교에서는 환생(윤회)이 있다. 죽은 사람이 다른 모습의 사람이나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이다. 부활과는 뜻이 다르다.
부활의 의미 안에는 중요한 것이 들어있다. 바로 고통과 죽음이다. 예수가 십자가상의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부활도 없다. 부활신학은 십자가신학 없이는 풀이되지 않는다. 십자가에서 피를 흘린 예수의 속죄를 통해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사랑하사 누구든지 예수만 믿으면 구원을 받아 영생한다(요3:16)는 기독교신앙이 탄생했다.
엄마들의 해산의 아픔과 고통 후엔 새 생명이 ‘으앙’하고 태어난다. 한 생명을 이 땅에 탄생시키기 위해 여인들은 아기를 잉태한 후 10개월에 가까운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아기를 낳는다. 해산의 고통 후에 맞이하는 새 생명의 환희. 십자가 후에 맞이하는 부활의 환희와 같다. 한 점의 세포가 변하여 한 아기로 태어나는 변화. 기적이다.
톨스토이는 10년에 걸친 작품 ‘부활’을 71살(1899년)에 세상에 내놓았다. 버림받은 한 창녀 카튜사가 살인죄에 의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게 된다. 그녀를 그 지경에까지 빠지게 했던 타락한 부자귀족 청년 네흘류도프가 시베리아까지 가서 그녀를 돌보며 사랑하여 정신적으로 영혼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정신적 부활사상이 담겨 있다.
새 봄과 더불어 찾아 온 예수 부활의 소식.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다시 살아난 환희의 소망.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기쁨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환희의 소식은 해산의 고통 후에 새 생명이 탄생되듯,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얼어붙었던 우리네 마음 활짝 열어 제치고 새 봄과 더불어 새 희망을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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