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짜리 딸.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아이인 사춘기의 딸이다. 학교 공부 잘 해서 우등생이자 운동을 잘 해 운동선수이기도 하다. 딸이 토요일 저녁 친구 집에 가서 놀다가 자고 오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별 생각 없이 승낙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지역 친척이 보내준 유튜브를 보며 엄마는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딸이 완전히 벌거벗겨진 채 정신없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내 인생의 전부인 딸이 그 모양을 하고 있을 때 엄마로서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 지난 17일 유죄판결이 난 오하이오 10대 성폭행사건 피해자의 엄마에게 지난 7개월은 기나긴 악몽이었다. 사건의 당사자들인 성폭행 피해 소녀 그리고 유죄선고를 받은 소년들에게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 지 끝 모를 악몽이다.
인구 2만이 채 안되는 오하이오의 소도시 스튜벤빌에서 일어난 고교생 성폭행 사건이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10대들이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고 그 과정에서 성폭행까지 발생한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유사한 사건들이 있어 왔고 그때마다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남의 일 같지 않은 충격에 관심을 쏟곤 했다
.
이번 오하이오 사건은 앞으로 이런 사건이 훨씬 많아질 전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건 자체가 많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없는 듯 묻혀버릴 사건이 이제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무슨 일이든 발생하면 일단 사진부터 찍고, 찍은 사진은 인터넷에 올려 세상 끝까지 돌고 돌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셜네트웍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11일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소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스튜벤빌 고등학교 풋볼선수들과 어울려 파티에 간 것까지를 기억할 뿐이었다. 파티가 2차, 3차로 장소를 옮기는 동안 소녀는 완전히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고 결국은 정신을 잃었다. 풋볼팀 스타 선수들인 트렌트 메이스(17)와 말릭 리치몬드(16)가 손가락 성폭행을 했지만 소녀는 의식하지 못했다.
6시간 후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은 벌거벗은 상태였고 옆에 메이스와 리치몬드 그리고 또 다른 소년이 있었다고 소녀는 지난 주말 법정에서 진술했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어떻게 거기에 간 건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당황스럽고 무서웠다”고 했다.
피해자는 알지도 못하는 일, 가해자들이 입 다물면 그대로 묻혀버릴 사건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눈들이 당사자들보다 더 생생하게 사건을 목도했다. 다음날 아침 이미 사건은 영상으로, 사진으로, 텍스트 메시지로 인근지역 전체로 퍼져나갔다.
소녀의 엄마는 유튜브 영상과 트위터 내용을 근거로 소년들을 강간혐의로 신고했고, 경찰은 학생들로부터 압수한 15개의 셀폰과 2개의 아이패드를 분석해 혐의를 입증했다. 재판에서는 텍스트 메시지들이 증거가 되어 두 소년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이어 오하이오 주검찰은 사건현장에서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고 배포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중범죄 현장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이다.
벌거벗은 채 성폭행 당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소녀는 그 치욕이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이다. 충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나이에 씻지 못할 잘못을 저지른 소년들은 평생 성범죄 전과자라는 낙인 속에 살게 될 것이다. 딸 가진 부모는 소녀의 입장에서, 아들 가진 부모는 소년들의 입장에서 가슴 철렁하는 불안감을 느낀다. 24시간 따라다닐 수도 없고, 집안에 가둬놓고 키울 수도 없고 … 자녀 키우기가 점점 어려운 세상이라고 불안해한다.
10대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불안정한 시기이다. 호르몬 변화로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면서 스스로도 이해 못할 충동에 휩쓸리곤 한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욕구, 이유 없는 반항심, 친구들 앞에서 뻐기고 싶은 영웅심리, 모험심 등이 뒤엉켜 ‘금지된 장난’으로 표출되곤 한다. 그리고 때로 ‘장난’은 일탈의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두가 사진기자인 SNS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과거에는 딸 가진 부모들이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아들 가진 부모들은 더욱 긴장할 필요가 있다. 성추행? 폭행은 심각한 범죄이다. 전통적 남자다움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아들들에게 우선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내버려 두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고 만다. 사람이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옳고 그름,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선택할 의지력을 길러줘야 한다. 바른 가치관으로 행동의 경계선을 그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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