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정신적 트렌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이다. 우리말로 흔히 ‘마음 챙김’으로 번역되는 마인드풀니스는 각자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신수련이다. 우리는 보통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만 주의를 기울이는데 마인드풀니스는 이렇듯 자꾸 밖으로 쏠리려는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가령 운전 중에 옆의 차가 신호도 주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어 화가 난다면 그 차와 운전자에게만 주의를 기울이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주의를 주고 비난을 하는 자신을 보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난 까닭에 다시 추월을 해서 상대를 응징하려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마인드풀니스이다. 우리가 행복이 아닌, 불행을 지속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마인드풀니스 수련의 핵심 메시지이다.
타겟과 구글, 페이스북, 제너럴 밀스 같은 많은 대기업들은 직원들을 위해 마인드풀니스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뿐 아니라 군대도 마인드풀니스 수련을 도입하고 있다. 가장 거칠기로 유명한 해병대부터 일단 마인드풀니스 수련을 훈련과정에 실험적으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성과가 좋으면 정규과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런 마인드풀니스 열풍에 힘입어 최근에는 마음 챙김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다룬 격월간 잡지 ‘마인드풀’(mindful) 창간호까지 나왔다.
바야흐로 미국은 지금 ‘영성의 시대’라 할 만하다. 정신적 공허함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개인들의 노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신체와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며 요가를 하는 미국인은 지난해 2,00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 산업의 규모만 연간 103억달러에 달한다.
물질적 풍요를 누려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정신적 반동인지, 아니면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지적처럼 이념이 지나간 자리의 공백을 영성이 메우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성의 추구가 미국을 휩쓸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영성에 대한 갈급함은 날로 절실해지고 깊어 가는데 정작 기성 종교들은 점차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인들의 의식조사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로 실시된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어떠한 종교와도 연관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미국인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조사에서 이 비율이 7%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갈수록 많은 미국인들이 제도화된 종교를 버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젊은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제도화 된 종교들 가운데 교회의 위기는 심각할 정도다. 매주 일요일 교회를 찾는 미국인은 날로 줄고 있으며 특히 우파 정치와 근본주의 신앙의 색채를 보여 온 복음주의 교회들은 교인수와 영향력에서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영성은 날로 넘쳐나는데 정작 종교는 외면 받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종교가 본연의 기능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종교가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다 더 큰 이유다. 변화를 거부하는 자세는 독선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메인스트림 컬처와 동떨어진 가르침이 외면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종교의 가르침이 사회의 시류에 따라 춤을 출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핵심적 메시지는 지키면서도 이들을 대하는 방식은 얼마든 달리할 수 있다. “우월하다는 교만과 적대감이 아닌, 겸손함으로 우리의 믿음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애리조나 코너스톤 교회 잔 디커슨 담임목사의 지적을 종교인들, 특히 모든 교회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건강 등 이기적인 목적에서 이뤄지는 범부선(凡夫禪)이나마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영성의 추구가 진지한 성찰이나 사회성을 상실할 때 그것은 자칫 자폐증세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제도화 된 종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미국사회의 커다란 과제의 하나는 바로 이 같은 영성 혹은 종교성과 제도화 된 종교 간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갈수록 영성을 추구하지만 종교의 영향력은 오히려 미미해지는 ‘모순의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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